"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 P74
"미래를 어떻게 알겠어. 우선은 해보는 수밖에 내가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승우는 좋아하는 일을 5년 했고, 좋아하지 않는일을 5년 했다. 어떤 삶이 더 나았을까? 글쎄.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삶이다. 더 편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공허해졌고, 공허감을 이기려 한국어에 몰입했고, 그러다 보니여기까지 오게 됐다.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밀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함책임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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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해민준이 매일 이곳으로 와서 커피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트빈 사람들이 커피 맛에 더없이 진지해서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민준이 커피 잔을내밀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해지곤 한다. 향을맡고 맛을 음미하고 목 넘김을 느끼는 과정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반응한다. 본인들이 로스팅한 원두가 어떤 맛을 내는지, 어떤 맛을 내야 하는지, 그들은 민준이 내린 커피를 통해 감을 잡는다. 민준이 내려준 커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질 때마다 그 차이를 드러내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