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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저씨 진짜 날 수 있네요. 이렇게 보여달라그런 건 아니었는데."
미안해하지 말라는 말을 은탁은 그렇게 했다. 은탁이 원하는 일이라 도깨비도 더는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기로 하였다.
"우리 마음 단단히 먹어요. 이게 녹록치가 않네요."
"어."
"근데 전 사실, 검이 움직인거에 더 놀라서…. 너무다행이잖아요. 이로써 나 진짜 신부인 거 증명된 거죠?" - P29

운명.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도깨비의 연인이고신부라는 것이 이제는 정말 확실해진 것이다. 검을 잡았고 분명 움직였다. 그리고 도깨비가 잘되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은탁은 몇 번이고 ‘운명‘이라는 말을되뇌었다.
은탁이 들떠 되될수록 도깨비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 P30

"인간의 운명이란 내가 죽을 운명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죽는 기운이 세면 거기에 휘말리기도 해. 이번케이스는 정반대로 남친이 도깨비인 기타누락자 덕에죽음 운명들이 다 살았지. 엄한 저승사자들을 야근에휘말리게 했고."
저승이 화난 이유는 바로 그 거였다. 자신 앞에 떨어진 기타누락자는 은탁으로도 충분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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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 P7

그대는 목숨을 다해 백성을 구했으나 백성은 널 잊었구나.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이기적이지. 때문에 너는 잊힌 것이다.
김신의 영혼은 내내 쓸쓸하게 울고 있었다. 육신이 흙이 될시간에도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분노의 방향은 정처 없었다. 주군? 주군을 된 간신? 자신을 잊은 백성? 아니 오히려 인간 사이를 팔랑거리며 날아드는 신을 향한 것인지도 몰랐다.
- 기대할 게 못 되는 건 듣지 않는 신입니다.
인간은 쉽게 변한다. 욕심은 끝이 없고, 희생은 당연하고은혜는 바로 잊고, 신의는 깨트리지, 그런 자들의 염원 따위들을 가치가 없다.
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신은 신께 빌던 백성들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고작 이런 생각이나 품고 있던 신에게 그들은모든 것을 내걸었던 것이다. - P19

신은 바로 어젯밤 말하였다. 자신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저를 잊지 않아준 이를 두고, 무엇을 얻고자 먼 길을 다녀왔는가. 아이의 곁에 다가선 그가 돌을 주워 아이가 쌓은 돌무덤 위를 한층 더 쌓았다. 사무치는손길이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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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 P74

"미래를 어떻게 알겠어. 우선은 해보는 수밖에 내가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승우는 좋아하는 일을 5년 했고, 좋아하지 않는일을 5년 했다. 어떤 삶이 더 나았을까? 글쎄.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삶이다. 더 편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공허해졌고, 공허감을 이기려 한국어에 몰입했고, 그러다 보니여기까지 오게 됐다.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밀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함책임지진 않는다.
- P74

유지해민준이 매일 이곳으로 와서 커피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트빈 사람들이 커피 맛에 더없이 진지해서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민준이 커피 잔을내밀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해지곤 한다. 향을맡고 맛을 음미하고 목 넘김을 느끼는 과정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반응한다. 본인들이 로스팅한 원두가 어떤 맛을 내는지, 어떤 맛을 내야 하는지, 그들은 민준이 내린 커피를 통해 감을 잡는다. 민준이 내려준 커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질 때마다 그 차이를 드러내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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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 승우는 행복에 관해서는 그다지생각해본 적 없었다. 흔히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기마련이라고 하지만 승우는 그러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 없는 기분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보다어떻게 하면 시간을 충실히 보낼까에 더 신경을 쓰며살았다. 시간을 잘 쓰는 삶, 승우에게 행복한 삶은 이런 삶인지도 모르겠다. - P63

"그 아리…… 라는 분은 행복과 행복감을 구분했는데요. 그가 말한 행복은 전 생애에 걸친 성취를 말해요. 화가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평생에 걸쳐 위대한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위대한 화가가 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산 게 되는 거예요. 예전엔 이런 생각이 좋았어요. 기분이란변하기 마련이라서 같은 상황에서도 오늘은 행복했다가 내일은 불행했다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를 테면 오늘은 모과차를 마셔서 행복했을지라도 내일은모과차를 아무리 마셔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이런 행복은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일생에걸친 성취가 우리의 행복을 좌우한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노력하는 건 자신 있었어요. - P63

"지금 당장 망가질 정도로 힘이 든 건 아니에요.
서점이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언제 손님이 많이 찾아올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어요. 많아졌다 싶다가도어느 순간 그 손님들이 다시 오지 않아요. 영영 바이바이. 그러니 이렇게 바쁜 시기도 조만간 언제 그랬나싶게 지나가버릴 수 있어요. 요즘 내가 벌여놓은 일이좀 있어서 바쁜 거지 아마 조금 지나면 또 서점은 사람들에게 잊힐 거예요. 그럼 이전처럼 긴장도 6 정도로 살아가게 되겠죠."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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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하루 정도 목을 쉬게 하는 거라 생각하며 말을 앓고 지내는 것에 자연스럽게 대처하고 있다. 말을하지 않으니 마음속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도 같다. 사실 말을 하지 않을 뿐 영주는 하루 종일 생각하고 느낀다. 생각하고 느낀 걸 표현하고 싶을 땐 말을하는 대신 글을 쓴다. 어느 일요일에는 이렇게 써놓은글이 세 개나 됐다.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은 영주만의글이다. - P43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 라는 게 기정사실화된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빨리 이들을분리하지 못하겠던데요. 일을 하지 않는데 먹고살 수있다? 책을 읽으니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걸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한테 이 책은 좀 너무 이상적이었어요. 그럼에도 이 책이 도움이 됐던 건 일에 대한 제 관점을 이해시켜준 점이었습니다. 내가 왜 일을 윤리적으로 좋온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왜 일을 안 하면 게으른 사람,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됐는지, 왜 더좋은 직장을 가지려고 그렇게 노력해왔던 건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허망하지 않았어요?  - P47

『일하지 않을 권리를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에서 언급됐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존재냐』를 읽을것이고, 에리히 프롬에 반해 그의 책을 시기별 순서로다 읽어나갈 것이다. 민준은 흔들리고 갈등하면서도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는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던 거였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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