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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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은 제목 그대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기 전 시간에 대해 탐구하며 꾸었을 꿈을 서술한 소설이다. (사이사이에는 시간을 탐구하는 일에 골몰하던 아인슈타인 또한 등장한다)

이 때문에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상당히 겁을 먹었었다. 과포자라 과학지식은 빈약한데 이해하기 힘들 시간에 관한 개념들이 자주 등장하겠다는 짐작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짐작처럼 책에는 시간에 관한 관념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럼에도 처음 가졌던 선입견과는 다르게 후루룩 소설을 읽을 수있었다. 심지어는 재밌게!
시간 관념을 탐구하는 총 서른 편의 이야기들을 엮은 소설을 과포자인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이유는 작가의 필력 덕분이었다.

상대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관념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택한 방식은 바로 상상과 이미지화였다.
먼저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세계, 시간이 무한한 세계, 시간이 정지해 있는 세계 등등 시간에 관해 다양한 세계를 가정해 제시했다. 그 뒤 관념적이라 쉽게 그려보기 힘들 그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시해주었는데 그것이 굉장히 시적이었다. 화려한 기교 대신 담백하면서도압축적인 문장들로 만들어진 이미지들 덕택에 쉽게 그러한 세계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려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시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 또한 만들어주었다.

남미소설의 마술적 리얼리즘이나 몽환적 분위기를 느낄 정도로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 본 작가의 말에 이탈로 칼비노 소설이나(남미 작가는 아니지만) 보르헤스, 마르케스 소설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는 서술이 나와있기도 했다.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과학연구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정말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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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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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왔던 남성이 자살한 채 발견된다. 단순 자살인 줄 알았던 사건은 그의 옷장 속에서 여러 조각으로 토막난 채 유리병에 담겨 있는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자살한 남성이지만 20년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온 그는 방 바깥으로 나와본 적조차 없다. 과연 그는 어떻게 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참혹하게 훼손한 시신을 사람들 몰래 방 안에 숨겨둘 수 있었던 걸까?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찬호께이의 신작 <고독한 용의자>가 출간됐다. 전작인 <13.67>, <망내인>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던 지라 자연히 신작 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서평단에 응모해 운좋게도 미리 책을 받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짧게 요약 설명한 로그라인처럼 소설은 은둔형 외톨이의 방에서 토막난 시체들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도한다. 방 바깥으로 나가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을까? '무슨' 트릭을 사용해 사람들을 속이고 시체를 방 안에 숨겼을까?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밀실 살인사건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대부분의 추리소설들은 추리 트릭에 닳고 닳은 독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트릭들을 설계하는데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찬호께이는 여기서 가볍게 방향을 틀어버린다. 비좁은 방과 아파트에서 벗어나 독자들의 시야를 조금씩 확장시킨다. 그렇게 독자들은 그가 의도하는대로 자연스레 밀실에서 벗어나 길거리로, 호텔로, 그리고 더 나아가 홍콩이라는 도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단순 밀실에만 집중하면 독특하고 흥미로운 트릭들을 보고 놀라는 재미는 있겠지만 트릭에만 너무 골몰한 나머지 다른 캐릭터들이나 설정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찬호께이는 이러한 위험성을 알기라도 하듯 과감하게 다른 요소를 섞는다. 바로 사회현상을 추리에 녹여내는 사회파 추리이다.

이 소설 속 배경은 코로나라는 팬데믹 시기를 막 지나온 홍콩이다. 그리고 이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사회현상을 범죄추리에 적극 반영하는 이 소설에서 아주 요긴하게 활용된다. 점점 늘어가는 은둔형 외톨이 현상,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며 사건을 단순 가십거리로 만드는 삼류 찌라시 언론과 유튜브 영상들, 직업으로 인해 범죄 위험에 쉽게 노출되면서도 도움 받지 못하는 성매매 여성들, 경찰 조직을 향한 시민들의 불신 등등.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등장하는 온갖 사회적 문제들은 트릭에 자연스러움을 부과한다. 더 나아가 여러 장소들에 공간감을 부여하며 허구의 내용임에도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리얼리즘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고지식하지만 예리한 형사 쉬유이와 찬호께이가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어낸 듯한 칸즈위안의 케미가 더해지니 안 그래도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엄청난 탄력을 얻으며 앞으로 미친듯이 돌주해나간다. 이러니 독자들은 자연히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움직이며 속절없이 속을 수밖에.

전작도 그랬지만 그의 소설은 한 번 책장을 펼쳐들면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트릭과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사회 분위기 묘사,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내 취향인 요소들을 전부 다 때려넣었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의 소설판인데 심지어 퀄리티까지 최상이니.
추리 중간중간 칸즈위안 캐릭터가 언급하는 다양한 추리소설과 문학, 대중가요들이 양념처럼 뿌려졌는데, 추리소설에 대한 작가만의 철학과 풍부한 대중문화 지식을 엿볼 수 있어 한층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 띠지에 적힌 "어떤 독자도 작가를 이길 수 없다"라는 문장을 보며 이번만큼은 그 '어떤 독자'가 되지 않겠노라고 굳게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내가 졌다고. 그 어떤 독자가 되어 전작 때처럼 당신에게 시원하게 속았노라고.
 




P.93. 유능한 작가는 독자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타인의 관점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능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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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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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는 티투스 리비우스가 집필한 로마의 역사서이다. 리비우스는 기원전 30년경부터 로마사를 집필하기 시작해 기원전 25년경 로마사 첫 1권부터 5권까지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생전에 142권까지 로마사를 집필했다. 아쉽게도 그의 죽음으로 종결점이 되는 150권까지는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긴 권수는 10권씩 한 단위로 묶어 출간했는데 이번에 그 완역본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그 중 이번에 리뷰하는 책은 리비우스 로마사 3권에 해당한다.

아쉽게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정 부분이 유실되어서 1-10권과 21--45권, 총 35권만이 남았다고 한다. 유실된 부분까지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살짝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길고 화려한 로마사 중에서 사람들이 재매있게 느낄 수 있는 포에니 전쟁, 그 중에서도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대결을 다룬 제2차 포에니 전쟁 이야기를 서술한 기록이 남아있다는 점이 그러한 아쉬움을 상쇄시켜주었다. 어렸을 적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전투를 만화로 읽고 로마사에 큰 관심을 가졌던지라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시작부터 끝을 다룬 이번 리비우스 로마사 3권에 더욱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리비우스 로마사 3권은 21권부터 30권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리비우스가 집필한 로마사가 워낙 길고 방대하다보니 21권부터 30권까지만 한 권으로 묶어 출판했다고 해도 페이지가 무려 천 페이지에 육박한다. 벽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두껍기 그지 없지만 책은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읽힌다.

책이 3권이기 때문에 따로 이 책을 설명하는 서문은 없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대신 간략한 설명이 시작 전에 간단하게 첨언되어 있다. 리비우스가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서술하기 전 자신이 다룰 이 전쟁 이야기가 로마 역사에서 왜 기억에 남을 만한 전쟁으로 뽑히는지를 설명하는 문단이다.

첫째, 이 전쟁은 역사적으로 물적 자원엥서 타의 추종을 불허나는 두 민족 간에 발발한 것이었고, 두 나라는 각자 번영과 영향력 측면에서 절정기에 있었다.

둘째, 이 전쟁은 오랜 적수들 사잉의 투쟁이었다. 두 나라는 제1차 포에니 전쟁을 통해 상대의 군사적 능력을 이미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셋째, 전쟁의 최종 판세는 너무나 불투명하여 최종 승자가 패자 못지않게 파멸에 가까운 상태로 내몰렸다.

11쪽

이 간단한 설명 이후 기나긴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시작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시작은 제1차 포에니 전쟁의 패배로 로마에 지독한 적개심을 가지게 된 어린 한니발을 조명하면서부터다. 아주 어린 시절에 제단 앞에서 로마 인을 철천지원수로 여기겠다는 맹세를 한 한니발은 로마에 대한 적개심과 울분을 품은 채 성장해 카르타고의 군을 이끄는 장군이 된다. 어릴 때 제단 앞에서 맹세까지 한 그가 로마를 침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지극히 당연해보인다. 험준한 알프스 산까지 넘어 진군한 한니발의 군대는 제1차 포에니 전쟁 때와는 다른,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다. 처음에 그들을 얕잡아 본 로마 군은 전투에서 잇따라 패전하며 크게 당황한다. 그렇지만 전쟁은 한니발에게 우세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에 대적해 전투를 벌이는 장수들이 등장해 로마와 로마 연합들을 지켜낸다. 이렇게 길어진 전투가 리비우스 로마사 3권에 길게 적혀 있다.

처음에는 두꺼운 두께 때문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그 두려움을 걷어내고 보면 책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치열한 전쟁의 흐름과 양상, 그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길고 긴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위, 촉, 오 대립을 다룬 삼국지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 자웅을 다루는 것처럼, 리비우스가 집필한 로마사 역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 각축전을 벌인다. 한니발과 스키피오 외에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들이 전쟁을 하며 내리는 판단이나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과거 역사이지만 권력과 사람들 간의 다툼, 전쟁이 불러오는 끔찍함은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일어나는 일이니만큼 별 위화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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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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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기사가 파문을 일으킨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수십 년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러 왔다는 보도였다. 이 보도는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에게 성추행,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증언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미투 운동이 큰 탄력을 얻게 되었다.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은 다른 분야, 그리고 다른 나라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증언을 하는 다른 피해자들을 보며 용기를 얻은 것이다.

2020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 동의는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과 성폭행을 폭로한 기사처럼 프랑스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품이다. 저자 바네사 스프링고라가 미성년이었던 14살 당시 50세였던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가 자신에게 가한 성적 학대를 폭로하는 소설이다. 2020년 초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가브리엘 마츠네프가 피해자에게 가한 성적 학대를 폭로할 뿐만 아니라 그의 범죄를 용인하고 묵인한 프랑스 문단 역시 정조준하고 있다.

소설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가해자와의 첫 만남, 50대인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저자를 가스라이팅 한 과정, 나중에야 실체를 알고 강압적인 그 관계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시간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작가는 그 과정을 묘사한 소설에서 가해자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호명하는 대신 이니셜을 사용한다. 자신을 V라고 칭하고, 가해자를 G 혹은 G.M. 이라는 이니셜로 지칭한다. 작가와 가해자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부르는 대신 이니셜을 사용하는 방식은 관음증적인 시선을 배제한다. 독자들은 제3자의 시선으로 그 폭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가 부재하는 경험을 겪은 작가는 부성애를 갈망한다.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헤맨다. 자신을 보호하고 애정을 쏟아주는 어른을 찾던 어린아이는 출판사에게 근무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책에 빠져들게 된다. 외롭거나 현실이 버거울 때 책을 찾아 읽었던 아이는 자연스럽게 문학, 그리고 그 문학을 창조하는 이들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 아이 앞에 때맞춰 소아성애자인 소설가가 등장한다면? 아이는 손써볼 새도 없이 그의 '먹잇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50대인 작가 G는 고작 14살인 어린 V에게 처음부터 끊임없이 뒤틀린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버지를 대체할 만한 이를 갈망하고 문학의 세계를 동경하는 어린 V는 그의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G라는 인물이 어린 V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어른들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관계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용인해 주는, 경악스러운 이들이 드글드글하다.

이 소설에서 가장 경악스러운 부분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G의 뒤틀린 욕망과 그가 그것을 채우기 위해 어린 V를 가스라이팅 하는 부분도 소름 끼쳤지만 그보다도 그런 그에게 제재를 전혀 가하지 않는 환경이 더욱 끔찍했다. 유명한 문인이라는 수식어와 그가 그런 권력을 가지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도록 용인해 주는 문학계는 G가 마음껏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죄도 받지 못하게 만드는 공범이었다. 어린 V에게 말도 안 되는 말로 G를 옹호해 주는 철학자 시오랑이 바로 그렇다.

미성년자를 성적, 정서적으로 착취하고 뻔뻔하게도 그것을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버린 G, 그에게 권력을 쥐여준 문학계 카르텔, 그리고 그가 어린 V를 자신의 애인이라고 말하고 다녀도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적인 환경까지. 소설을 읽는 내내 어린 V를 G와 갈라놓고 그를 대신 고발해 주고 싶다는 분노가 계속해서 치밀어 올랐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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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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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로 개만큼 친숙한 동물이 어디 있을까? 홀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애완동물로 삼는 동물의 종류도 다양해졌다지만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개를 애완동물로 많이 키워왔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들 역시 급증했다.

강형욱 훈련사가 출연하는 개는 훌륭하다라는 TV프로그램부터 애완동물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웹툰 <개를 낳았다>와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등 수많은 콘텐츠들이 등장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세 세이슈 작가의 신작 <소년과 개>는 제목 그대로 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책이다. 163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극찬을 받으며, 출간 후 26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는 화려한 수식어도 수식어지만 그보다도 표지에 그려진, 어딘가를 쳐다보는 개 일러스트가 눈길을 잡아끈다. 특이점도 있다. 소설 『불야성』 시리즈로 유명한 하세 세이슈 작가가 집필했다는 점인데,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의 신성으로 유명한 작가가 개를 중심으로 한 감성적인 소설을 집필했다는 점이 의아하게 다가왔다. 화려한 수식어들로 중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작가가 과연 장르 변환을 성공적으로 해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의구심은 서서히 사라지고 어느새 작가에 대한 신뢰가 샘솟기 시작한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장편소설이지만 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6편의 연작소설이라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하다. 6개의 연작소설에는 저마다 다른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각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소설 속 인물들이 다른 연작소설 인물들과 엮이지는 않는다. 대신 다몬이라는 목걸이를 한 개가 6편의 연작소설에 등장해 그들 모두와 엮인다. 다몬이 매개체가 되어 등장하는 셈이다. 우연한 계기로 다몬과 엮인 인물들은 성별도, 직업도, 환경도, 나이도 전부 다르다.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이 모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거나 위태로운 환경에 놓여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그들 옆에서 충직한 태도로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다몬과 관계를 맺으며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거나 자신의 아픔을 돌아볼 용기를 얻게 된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주인을 잃은 개 다몬과 긴밀히 연결되어 가는 과정은 담백하게 그려졌지만 동일본대지진 직후라는 시대적 배경이 더해지면서 읽는 동안 큰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개를 의인화하지 않았다는 추천사처럼 이 책에서 다몬의 시각이나 심정은 단 한 번도 드러나지 않는다. 개를 사람의 시각으로 표현하거나 바라보지 않고도 서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훌륭히 그려낸 작가의 역량이 도드라지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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