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더 저널리스트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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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시리즈 마지막 편은 카를 마르크스다. 앞선 두 편에서 소설가인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을 소개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튀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다. 어째서 사상가로 유명한 마르크스를 선택한 것일까?

기사를 엮고 한글로 옮긴 번역가는 프롤로그에서 그 이유를 제시한다. 번역가가 제시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념 편향적으로만 소비되어 온 마르크스의 이미지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어서. 둘째, 좀 더 읽기 쉽고 명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싶어서.

이 책은 마르크스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당시 낸 기사들을 엮어서 저널리스트로서의 마르크스를 조명하고 있다. 사상가가 아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또한 정부의 검열과 압박에도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던 마르크스가 당대 사회와 현상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성한 기사들은 그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사상이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마르크스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작성한 기사들 중 17개를 골라 묶었다. 사건, 사고에 대한 논평보다는 그 당시 외교 문제나 무역 문제, 노동 계급에 초점을 맞추고 논평한 기사들이 주로 실려 있다. 2부는 임금노동과 자본이라는 제목의 글로 마르크스가 당시 운영하던 <신라인신문>에서 연재한 기사를 묶은 글이다. 마르크스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 작성한 글이라고 한다.

마르크스가 기사로 포착해 논의하는 것들은 조금씩 다르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강제 추방을 당하는 서민들의 현실, 활발한 자유무역과 그것을 찬양하는 신봉자들, 영국이 인도와 중국에 침략해 착취를 저지르는 현실 등 그 당시 나타나던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이다. 마르크스는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적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논의한다. 기사를 통해 드러난 그 당시 시대상은 비극적이며 처참하다.

자유무역이 활성화되면 빈곤층들이 줄어들 거라는 자유무역 옹호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노동자, 서민 계층의 삶은 곤궁하지 그지없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산다는 말도 이들에겐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몸을 누일 곳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다 허름한 헛간에서 죽음을 맞이한 바늘 제조공이나 조상이 대대로 살던 곳에서 지주와 경찰의 폭력으로 쫓겨난 소작농들, 공장에서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에 신체를 위협받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해 가난에 허덕이는 노동자들,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근무하는 여성, 아동 노동자들. 지주나 공장주에게 시달리고 국가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현실은 처참하다는 말로도 표현을 못 할 정도로 열악하다.

마르크스는 기사를 통해 이런 현실을 고발하면서 이들을 착취하는 부르주아와 국가, 그리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개개인의 힘을 조직화해 전국적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 계급이 조직화되어 정치적인 영역까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부, 임금노동과 자본이라는 글을 집필하고 연재한 이유는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노동자들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계층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그는 <임금노동과 자본>이라는 글을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신라인신문>에 연재했다. 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임금노동과 자본의 관계 및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의 구조를 풀어냈다. 노동자들이 단결해 조직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자신들이 겪는 불합리함을 각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널리스트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활동한 마르크스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정부의 검열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한 이력이나 기사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주장을 내세울 때 그걸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통계자료를 하나씩 나열하며 꼼꼼히 분석하는 서술 방식은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기자일에 임했는지를 알려준다.

아무리 쉽게 작성했다지만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도 없고 경제학 분야에 무지해 글을 이해하는 데 이전 시리즈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양심 있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마르크스의 열정만큼은 깊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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