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로와의 첫 만남이 떠오르는 소논문 한 편을 읽은 느낌.궁금한 점을 소제목으로 잡고 차근차근 개념을 정의하며지브리의 골목을 누빈다.콘텐츠의 정의와 그 생성과정을 향한순수한 호기심에 공감하며예로 든 작가들과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의외로 미야자키 감독은 스토리보다 장면을 중시했고떠올린 것을 구현해나가며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점을 새로 알게 되었다.있을법한 현실을 통해 잔잔한 울림을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직접 경험했기에 먹먹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날 때마다 ‘작가와 감독은 그 많은 경험들을 정말 해 보았을까‘ 궁금했는데히로카즈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자유롭게 연기할 것을 주문하듯 본인 마음속에 담긴 ‘비전‘을 표현하는 그들만의 콘텐츠 제작 방법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진해에 처음 발령받아 왔을 때, 낯선 로터리를 눈에 익히고자 무작정 숙소를 나섰다.세탁소, 미용실, 편의점.. 여기 하나 더 있네?골목의 특징을 잡아가며 큰 길로 나아갔다.규모에 놀라며 진해도서관 회원으로 등록하고 나오는데근처에서 작은 서점을 발견했다.중앙시장 곁 다른 서점을 돌아보고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배가 불렀다.학생 손님이 많아서 수험서 위주였지만큼직한 분류 제목을 단 서가 아래오래오래 살아남은 책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이가 빠진 시리즈물은 다른 세계에 기대어 이야기를 이어가고같은 책이 위 아래 서가에 있어 손님 눈높이를 맞추기도 했다.그날그날의 계시를 받거나찾으려던 책이 창원의 대형서점에 없을 때, 노부부 내외께서 지키고 계시다가 요상한 책이름을 대면 그건 없어~ 구해줄까 하시는이곳 서점에 들른다.갓 도착한 책들이 선배 나무들과 섞여 숨 고르는 동안손을 내밀어 바라보고 이런 나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울림을 준다.속초에서 군 생활을 했더라면, 가끔 와서 전 서가를 찬찬히 훑어보다 가만히 나가는 진상 손님으로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이와 손의 멋진 연대는실은 아버지에게 존경과 사랑을 담아건네는 오마주의 인트로와도 같다.랜디포시 교수가 강의 막바지에‘마지막 강의‘가 실은 자신의 세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밝힌것과 같이.
어떤 계기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니었고,실제로 15년 겨울부터 ‘읽고 있는 책‘ 목록에 들어 있었다.다소 딱딱한 제목의 책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것은구매 당시의 내가 가졌던 갈증이다른 책들을 데려온 갈증과 뒤섞여버렸기 때문이라.평소 기호는 가지고 있지만 이를 촘촘히 물어서 분류하는 작업을 능동적으로 수행하지 않다보니이를 불러와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학창시절을 거치며 최초로 느낀 갈증은 그런 것들이었는데 지금은 이것들을 포함해 쌓아 온,정신적 정체성을 바라보는 ‘자기인식‘의 갈증이 더 커졌고,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책을 요약하면˝스스로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독립성은 우리의 의지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데이로 구성되는 삶의 역사는 자기인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인식된 경험을 세분화, 구체화 하고 의식되지 못한 것을 의식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기인식에 이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문학과 타인과의 관계가 복합적인 이해를 돕는다˝는 것.3번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조용한 공간에서 (종종 거울을 보며)충분한 시간을 두고 읽기를 권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내고자 안으로 파고들 때,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한 책.혼자서는 ‘세상에 온 사명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에서부터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거칠게 묻고 고민했는데 책은 같은 내용을 화자의 성장과정과 더불어 친절하게 내려놓는다.‘내가 가진 힘으로 남을 돕는다‘는 큰 틀의 목적을 생각하니이래저래 조급했던 마음도 가라앉는다.평생을 응원해 준 선생님,책을 통한 실마리 발견,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조언자와의 만남,법에 대한 인식, 반려자의 사려깊은 지지,아버지와의 화해에 이르는 순간에는 나도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사무실 서가에서 먼지를 뒤집고 있다가 돌고 돌아꼭 필요한 순간 내게 온 신기한 인연, 모모의 마지막 말이 진하게 떠오르는 하루였다. ‘사랑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