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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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에 처음 발령받아 왔을 때,
낯선 로터리를 눈에 익히고자 무작정 숙소를 나섰다.
세탁소, 미용실, 편의점.. 여기 하나 더 있네?
골목의 특징을 잡아가며 큰 길로 나아갔다.

규모에 놀라며 진해도서관 회원으로 등록하고 나오는데
근처에서 작은 서점을 발견했다.
중앙시장 곁 다른 서점을 돌아보고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배가 불렀다.

학생 손님이 많아서 수험서 위주였지만
큼직한 분류 제목을 단 서가 아래
오래오래 살아남은 책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가 빠진 시리즈물은 다른 세계에 기대어 이야기를 이어가고
같은 책이 위 아래 서가에 있어 손님 눈높이를 맞추기도 했다.

그날그날의 계시를 받거나
찾으려던 책이 창원의 대형서점에 없을 때,
노부부 내외께서 지키고 계시다가
요상한 책이름을 대면 그건 없어~ 구해줄까 하시는
이곳 서점에 들른다.

갓 도착한 책들이
선배 나무들과 섞여 숨 고르는 동안
손을 내밀어 바라보고
이런 나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울림을 준다.

속초에서 군 생활을 했더라면,
가끔 와서 전 서가를 찬찬히 훑어보다
가만히 나가는 진상 손님으로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이와 손의 멋진 연대는
실은 아버지에게 존경과 사랑을 담아
건네는 오마주의 인트로와도 같다.

랜디포시 교수가 강의 막바지에
‘마지막 강의‘가 실은
자신의 세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밝힌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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