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에 처음 발령받아 왔을 때, 낯선 로터리를 눈에 익히고자 무작정 숙소를 나섰다.세탁소, 미용실, 편의점.. 여기 하나 더 있네?골목의 특징을 잡아가며 큰 길로 나아갔다.규모에 놀라며 진해도서관 회원으로 등록하고 나오는데근처에서 작은 서점을 발견했다.중앙시장 곁 다른 서점을 돌아보고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배가 불렀다.학생 손님이 많아서 수험서 위주였지만큼직한 분류 제목을 단 서가 아래오래오래 살아남은 책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이가 빠진 시리즈물은 다른 세계에 기대어 이야기를 이어가고같은 책이 위 아래 서가에 있어 손님 눈높이를 맞추기도 했다.그날그날의 계시를 받거나찾으려던 책이 창원의 대형서점에 없을 때, 노부부 내외께서 지키고 계시다가 요상한 책이름을 대면 그건 없어~ 구해줄까 하시는이곳 서점에 들른다.갓 도착한 책들이 선배 나무들과 섞여 숨 고르는 동안손을 내밀어 바라보고 이런 나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울림을 준다.속초에서 군 생활을 했더라면, 가끔 와서 전 서가를 찬찬히 훑어보다 가만히 나가는 진상 손님으로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이와 손의 멋진 연대는실은 아버지에게 존경과 사랑을 담아건네는 오마주의 인트로와도 같다.랜디포시 교수가 강의 막바지에‘마지막 강의‘가 실은 자신의 세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밝힌것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