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주머니 속에 넣어 두어라
너무 큰 소리로 외치면 오히려 들리지 않는다.
- 작자 미상
리치가 젊은 시절 명문 대학 교수로 갓 부임했을 때 그는 첫 수업으로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듣는 대형 강좌를 준비하며 두려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밤늦게까지 강의안을 썼다 지웠다 하며 끙끙대다가 결국 강의안을 찢어버리고 말았다.
"문득 나는 내가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까봐 내 스스로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난 내가 가르치는 주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고 학생들이 더 잘 배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기본 목적을 잊고 있었떤 거야!
결국 나는 내 스스로에게 걸려 넘어진 거였지.
그래서 난 내 자아를 뒷주머니 속에 쑤셔 넣고 스스로에 대해 깡그리 잊은 채 강의실로 가서 내 할일을 했지."
그는 실제로도 그렇게 했고 지금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수 중 한 명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모두 자아가 있고, 때로는 자아에 집착하는 일이 우리 인생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은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드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고, 사랑받으며 존중 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감추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어야겠다는 걸 잊을 때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친구건 동료건 사랑하는 사람이건 혹은 성취하고 싶은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건 간에 스스로를 잊은 채, 즉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바깥을 향해 열려 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의식적으로 어떤 인상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면을 쓰는 것과 같다.
가면을 쓰게 되면 자신의 본모습이나 우리가 가진 마법과도 같은 가치들 역시 가려지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인 덜시는 예순여덟 살로, 덩치가 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옷을 입지만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녀만의 매력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친구들끼리 모여 생각해 본 결과 겉치레와 허식이 없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태도가 바로 그 비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덜시는 진정 순수한 자기 본모습 그 자체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으며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았다.
그녀는 유쾌하고 어울리기 좋은 멋진 성품을 가진 고유하고도 유일한 존재였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벗어던지고 덜시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프라 윈프리나 '투데이 쇼'의 케이티 쿠릭 역시 그렇다. "이게 내 본모습이에요. 이렇게 행동하는 게 바로 나라구요." 라는 듯한 그녀들만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태도에서 매력이 뿜어져 나오지 않는가?
우리는 완벽하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대체 완벽이란 무엇인가?
완벽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일 뿐이다.
숙련된 연설가가 강의하는 도중에 정확한 단어를 찾지 못해 끙끙댈 때 청중들이 더 관심을 갖고 적합한 단어를 찾는 걸 도와주는 경우를 본적이 있는가?
그리고 연설자가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줄 때 청중들이 그를 더 좋아하는경우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즉 '완벽'이란 따분한 것이다.
고유하고 독탁한 개성이야말로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자아를 실현하며 효과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모두 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밖을 향해 열린 삶을 통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충만하게 느끼며 살고 있었다.
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기보다는 영혼을 살찌우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덜시처럼 이들 역시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았고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진 고유함과 특별함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살고 있었다.
내가 자기 자신을 버린다는 생각에 푹 빠져 이 장을 쓰고 있을 때 내 친구 에밀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그녀와의 우정을 소중히 하긴 했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늘 약간의 경쟁심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 비교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물 흐르듯 술술 대화를 했다.
이런 일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불현듯 나는 내가 나 자신을 내려놓고 오직 에밀리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녀와의 대화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좋아! 늘 이런 태도를 유지하겠어!"라고 다짐했다.
우리는 모두 자아를 갖고 있다. 비록 힘들겠지만 때로는 인생에서 자아를 치워버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