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지난번 웨이브 캐년을 같이 갔던 동지들이 이번에 다시 뭉쳤다.
지미, 벤, 에디 세사람의 사진작가들과 용감한 여우기자.
용감한 네 싸나이들이 다시 미지의 탐험을 하려고...
이번엔 같이 가보기로 한 곳은 자이언 캐년의 숨어 있는 비경인 서브웨이(Suve Way) 를 가기 위해서이다.
이미 사진작가들은 이 서브웨이를 많이 알고는 있으나
워낙에 험하고 깊은 계곡을 뚫고 들어가는 길이 쉽지가 않아서 망설이는 곳이라 한다.
미국의 서부는 그 광활한 사막과 깊고 험한 산맥.. 그리고 길고도 넓은 강물등등 ..
있는 그대로의 대자연과 원시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전 세계의 사진작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그 중에서 유타주는 특별히 많은 비경을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은 미 개발 대 자연을 가지고 있는 주가 될것이다.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캐년은 이곳 서부관광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코스이고
이 유명한곳이 모두 유타주에 있다.
이곳들은 제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랜드 캐년은 광활한 대평원을 뚫고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깊고도 깊은 대 협곡을 만들며 흐르는가하면
브라이스 캐년의 모습은 마치 잘 세공되어진 보석처럼 아름답게 서 있는 바위들의 모습이 특히 여성적이라 할수가 있다.
자이언 캐년(Zion National Park)은 1909년에 국립공원으로 제정이 되었으며
넓이 540평방Km에 2.000m가 넘는 붉은 절벽으로 된 여러개의 봉우리가 있고 그랜드 캐년에 버금가는 대 협곡이 있다.
자이언 캐년을 뚫고 흐르는 강물은 버진 강(Vergin River)이다.
금요일 밤 11시.
세명의 젊은이들이 나를 모시러(?) 왔다.
밤새 500마일을 달려 내일 새벽까지는 자이언에 도착을 해야만 한다.
토요일 아침 일찍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오피스가 문을 열자마자 일요일에 서브웨이를 들어가는 퍼밋을 받을수가 있으니까....

밤새 500마일(약 800Km)을 달려 토요일 새벽 6시에 자이언 캐년의 시내에 비지터센터엘 도착을 했다.
유타주는 캘리포니아주보다 한시간이 빠르다.
나라가 넓으니 시간대가 여럿으로 나누어져 여행객들은 때로 헷갈릴수가 있다.
높은 산봉우리엔 어느새 태양빛을 받은 붉은 바위산이 더욱더 짙은 붉은빛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부지런히 달려온 덕에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며 이런 장관도 바라볼수가 있다.

으스름하게 밝아오는 새벽에 부지런한 젊은이들이 벌써 줄서서 오피스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곳으로 들어갈수 있는 퍼밋을 받기 위해서...
이 사람들은 모두들 이곳에서 캠핑을 한 사람들이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보니 전국 각지에서 휴가를 받아 온 사람들이다.
서로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는 있지만 앞에선 사람들은 모두들 경쟁자들이다.
우리가 일요일인 내일 들어가려는 서브웨이는 하루에 80명만이 입산을 할수 있도록 정해진 계곡이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한 사람들도 있고 미리 이곳에 와서 신청접수를 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과연 내일의 퍼밋을 받을수가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너무나도 방대하게 넓은 이곳 산속을
들어갈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여 자연의 훼손을 막으려는 유타정부의 노력에 존경을 보낸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구는 온전하게 지켜질테니까.

우리의 리더인 벤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다.
우리팀에게 주어진 행운.. 라스트 4퍼슨 이라는 공무원의 말에 우리는 다같이 환호성을 질렀고...
우리들의 뒤에 서 있던 시카고에서 온 여자는 갑자기 시무룩 해졌다.
그녀는 다음날 다시 와서 신청을 해야만 한다.
우리에겐 늘 행운이 따르는 모양이다.
먼젓번 웨이브캐년을 갈적에도 라스트 4퍼슨이었는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자니언 캐년이 국립공원으로 제정된지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국립공원으로 제정이 되면 연방정부가 관리를 하게 되며 엄격한 법이 제정이 되고
관광객들은 돌 한개나 풀 한포기라도 가져가기는커녕 옮겨 놓아서도 안된다.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는 산등성이가 더욱더 아름답게만 보인다.

우리는 일단 캠핑장으로 와서 텐트를 치고 아침준비를 했다.
탐험가들의 아침식사는 늘 부실하기만 하다.
어제 싸갖이고 온 찬밥을 라면에 말아 김치와 함께 먹는 아침식사... 그래도 꿀맛.....

옆의 사이트에는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휴가를 왔다는 부부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캠프를 여러날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빨래도 해서 말리며 지낸다.

이곳엔 여러개의 캠프장이 있는데 이곳 South Campsith 는 예약제가 아니고 선착순이다.
아직 관리인이 출근을 하기 전이어서 인적사항을 적어서 한장은 $16달러와 함께 box 에 넣고 (이곳은 하룻밤에 $16달러이다.)
한장은 사이트의 기둥에 걸어 놓으면 나중에 관리자가 와서 퍼밋으로 바꾸어 걸어 놓는다.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 서브웨이는 내일 들어가야 되는데 오늘은 어딜 갈는지 느긋한 마음으로 의논을 한다.
이곳의 버진 리버를 이루는 강물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내로우(Narrows)계곡을 탐험하기로 한다.

자이언을 탐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수적인 지팡이이다.
서로 자기것이 좋다며 아이처럼 우겨대는 젊은이들... ㅋㅋㅋ
이때 갑자기 지미가 내게 소리친다.
"선배님~ 나이롱빤쓰 입었슈? "
아니 무신 소리고??? 남이사 나이롱빤쓰를 입었건 면빤쓰를 입었건 그게 무신 상관이람~~~
내로우를 걸어 들어가려면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다.
허리위까지 잠길지도 모르는 물을 거슬러 가야 되기때문에 지팡이가 첫째로 필요하고..
물이 잘 빠지는 천인 나이롱으로 된 옷을 입어야 되고.. 물론 속옷까지도... ㅎㅎ
물속에서도 미끌어 지지 않는 특수 신발을 신어야 하고..
에고에고~~ 참 여러가지두 한다이~~~~

할수없이 여러가지를 샀다.
지팡이.. 물신발.. 나이롱 반바지.. 나이롱때기 티셔츠.. 그리고 가볍고 물 잘빠지는 자켓까지도.... 에구 아까운 내돈~~
다행히도 나는 나이롱 빤쓰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빤쓰는 안사도 되었다.

하늘은 마치 파란물감을 풀어 놓은듯 구름한점 없이 깨끗하다.
붉은 산과 더불어 그림처럼.....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내로우 입구까지 가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는 다큐멘타리인데 그걸 보면서 나는 늘 감동을 하는것이 있다.
바로 카메라맨들에게 대한 존경심이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어깨에 메고 주인공들이 겪는것보다 훨씬더 많은 고생을 할수밖에 없는 그들을 생각하며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
오늘은 내가 바로 카메라맨이 되어 우리 일행을 취재하러 떠나는 길이다.
왼쪽의 흰 셔츠는 벤.. 가운데의 검은 썬글래스의 싸나이는 지미.. 그리고 오른쪽이 에디이다.
오늘 내가 사명감을 가지고 잘 해낼수 있기를 바라며......

버스창으로 내다보이는 미래의 전문 등산가.
앙증맞은 이 어린 보이는 색갈도 끝내주게 잘도 입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과 산이 신비스러울만큼 대조적이다.

붉은 색은 철분을.. 흰색은 석회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바위산이다.

저렇게 다른색을 가진 지층들은 얼마나 다른 세월의 흔적들일까.

버스에서 내려서 숲길을 걸어서 한참을 올라가야만 계곡을 만난다.

이제 계곡의 시작이다.
아직은 손에 카메라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등엔 배낭을 메고 한손엔 지팡이를 든채... 이것도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짐을 줄이기 위해서 먹을걸 먹는다.

대체로 모두들 특수한 물신과 지팡이를 가졌다.

양치류의 식물들이 군락을 이룬곳이 많다.
하루종일 햇빛이 별로 들지 않는 계곡이어서인가.

지미는 아직도 먹는중이다. 덩치가 큰만큼 그는 먹는걸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물살이 센 이 계곡에서 나는 순간 발을 헛디뎌서 카메라를 든채 물속에 엎어질뻔 했다.
순간 나는 내 무릎은 던져.. 즉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으며 카메라를 든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심한 고통.. 무릎은 돌에 부딛쳐 피가 나고 멍이 들고 시큰거리고......
난 벤한테 야단을 맞으며 카메라를 배낭속에 넣었다.
[무릎팍도사]가 아니라 [무릎팍 다친도사]가 되어 절름거렸지만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약해보이면 다음번에 짤릴까바서... ㅋㅋㅋ

배낭의 상태를 점검한다. (나는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지미가 짊어진 이 배낭의 무게는 약 70파운드라고 한다.
한장의 사진작품을 얻기 위해서 그들은 대단한 고생을 각오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목에는 다시 작은 카메라를 하나 더 걸고....

내로우를 걸어가는 동안에 가장 물이 깊은 협곡이다.
피할수 없는 깊은 물이어서 가장 물깊이가 낮은 요즘에도 이 계곡은 내 허리까지 물이 차 올랐다.
물이 가장 많이 흐르는 5~6월경에는 남자들의 목까지 차오르는 물속을 배낭을 머리에 이고 간다고 하니
정말로 미치지 않으면 못할 짓이다.
기념촬영을 하는 이 여인은 이미 이곳이 깊은 곳임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러가지의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좋아한다.
히말라야 빙벽을 목숨을 걸고 오르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특별한 경험을 즐기며 미지의 세계를 걸어본다는것은 호기심이 만들어 내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카메라를 다시 배낭속에 집어넣고 허리까지 차는 물속을 걸었다.
나중에 보니 배낭의 아래쪽까지 물에 젖어 김밥이 젖어 있었다.
배가 고프니 그냥 먹을수 밖에......

벽을 타고 흘러 내리는 작은 폭포위로 파란 하늘이 아름답다.

이때 내 시야에 들어온 경이로운 광경....

아들을 없고 이 험한 물살을??? 용감한 젊은 아빠의 등뒤에서 찌찌를 물고 잠이 든 어린아들이...

굽이굽이 협곡을 따라 물을 건너기를 스무번도 더 했다.

잠시 쉬며 사진을 담는 우리 일행들.....

70파운드짜리 배낭을 다시 짊어져야만 한다.. 지미는.....

험한 계곡사이로 아직 단풍은 들질 않았다.

하늘을 찌를것만 같은 위용에 압도되는 기분....

가는 길가엔 야생화들이 제법 많이 피어 있다.

이곳사람들의 단련된 채격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힘이 넘쳐보이는 이들의 체격.....

거대한 바위벽앞에 인간은 하나의 점처럼 작아보인다.

마치 악마의 콧구멍처럼 무섭게 서있는 거대한 돌덩어리..

상류로 올라갈수록 협곡은 점점 깊어지고....

우리는 둘러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엇저녁에 집에서 만들어 온 김밥 한줄과 두유 한개의 조촐한 점심....

벤의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참으로 아름다운 골짜기이다.
이 골짜기는 하산시간을 오후 3시로 정해 주었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동굴이나 바윗돌위에 고립이 되므로 어둡기 전에 하산을 해야 한다.
하늘이 어두워 지더니 천둥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갑자기 두려워진 우리 일행은 서둘러 방향을 돌렸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아름답고 멋진 폭포가 있다는데... 아쉬운 맘으로......

내려오다가 아까의 그 깊은 물이 흐르던 계곡을 다시 찍었다.

특별한 경험을 한 날이다. 오늘은....
아마 자려고 눈을 감으면 깊이를 알수 없는 흐르는 물살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나는 특히 물을 무서워 한다.
초딩 일학년때 하교를 하여 집에 돌아 오다가 장마에 불은 시냇물에 잠깐 떠내려 간적이 있다.
내친구를 마중온 옆집 아줌마가 손을 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휩쓸려 떠내려 갔을것이다.
누렇게 변한 흙탕물속에서 잠시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던 그 공포의 기억은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가끔씩 꿈속에서 나를 허우적 거리게 만든다.
벗어서 손에 들고 있었던 고무신을 떠내려보내고 젖은 책가방을 멘채 울면서 맨발로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는 오히려 신발을 잃어버린 나를 야단치셨다.
나는 속으로 이를 갈었다.
"담번엔 신발대신에 내가 죽어버려야지... " 하면서......
에구 못된 딸년같으니라구.....

다녀온 사람들이 사용을 했던 지팡이들을 이렇게 한곳에 모아 놓는다.
다음 사람들이 사용을 할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다.

피곤한 다리를 쉬며.. 아니 빨리 말라버린 나이롱 빤쓰를 고마워 하며 커피한잔을 마시는동안에 해가 서산으로 넘어 간다.
마지막 햇살을 받은 산봉우리가 황금색으로 빛난다.

높이가 2.400미터나 되는 웨스트템플의 산허리에도 저녁햇살이 걸려 있다.

돌아오는길의 분홍구름을 뒤돌아 보며 우리는 근심에 젖었다.
저 아름다운 분홍구름이 내일아침에 우리가 가야될 서브웨이를 방해할 비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침과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먹었다.
라면에 밥을 말아서 김치와 함께.....
가게에서 사온 장작으로 캠프파이어를 하며 고구마와 옥수수를 구워 먹었다.
갑자기 천둥번개를 치며 소나기가 내린다.
남자들은 텐트의 주변을 깊게 파며 물이 흐를곳을 만든다.
모두들 시무룩 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자동차 안에서 편한잠을 자던 나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하늘을 보았다.
맑게 개인 하늘위에 흐르듯 깔려 있는 은하수... 그리고 이마위로 쏟아져 내릴듯한 굵은 별들의 반짝임......
바람조차 멎은 평온한 계곡의 밤은 적막한 고요속에 평화롭게 깊어가고 있었다.
아.. 그랬다.
내일은 아마 어느날보다 더 아름다운 날씨가 될것이다.
난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어릴적 추억속으로 돌아 갔다.
모기불 쑥향기 날리는 멍석위에 들어 누워서
오빠와 함께 별자리를 찾던 그 유년의 기억들을 떠 올리며......
그때 찾았던 큰곰자리.. 카시오페아.. 북극성은 어느것일까?????
내일은 또 어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게 될 것인가?
기대속에 돌아서는데 별똥별 하나가 길게 선을 그리며 사라져 간다.
참 오랫만에 바라본 별똥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