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차가운 아침...
어제 내린 비가 눈이 되어 내린 높은 산에서는 눈이 되어 쌓였나보다.
창문을 여니 코끝을 싸아하게 스치는 기분좋은 바람...
난 이런아침엔 늘 갈등을 느끼지...
오늘 땡땡이를 치고 눈귀경이나 갈까?
자동차로 겨우 30분이면 닿는 발디산아래 발디마을엔 아마 무릎정도 까지는 눈이 쌓이지 않았을까?
자꾸만 유혹을 하는 마운틴의 유혹을 뿌리치고
주말로 그 멋진 계획을 미루며 차를 달려 착한 노동자가 되기루 맘을 먹었다. 처음엔....
그런데 눈쌓인 산을 바라보는 순간 황금의 꽃같이 빛나던 옛 맹세를 결국은 저버리고
나는 차가운 겨울아침에 거리를 헤매기로 맘을 단단히 먹었다.
겨울이래야 영하의 날씨가 되는날은 고작 하루이틀뿐인 이곳의 미적지근한 겨울속에 살면서
오늘아침처럼 이렇게 칼칼하게 멋진 기온을 만나기도 힘드니까...

오늘 아침은 확실히 겨울이다.
이렇게 마을에도 서리가 내리는 날은 일년에 서너번 뿐이다.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듯한 성에가 가여운 풀잎위에 가득하다.

초록잎들은 낯선 기온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으악~~~!!!! 저 하늘의 구름이라니.... 어찌 저런 멋진 하늘이~~~
마을 뒷산에 중턱까지 쌓인 눈이 자로 줄을 그어 놓은것처럼 선명하다.

이곳의 산들은 큰 나무가 별로 없어 볼품은 없어도 그 높이는 대단하여 가까운 산들도 7~8.000 피트는 우습게 여긴다.
마을에 비가 내리면 대체로 4.000피트 이상에는 눈이 내리기 때문에 저렇게 자로 잰듯한 형상이 된다.

출근을 하려다가 방향을 바꾸어 눈내린 산을 향하여 달려 본다.
아무래도 난 오늘 짤리지 싶다. 내 소원대로......

발디마을까지는 못가더라도 좀더 눈산을 가까이 보기 위하여 나는 가야지....

어제 하루종일 내린 비로 가로수의 단풍잎들이 거의 다 떨어져 내린 느낌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단풍나무 가로수가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그래.. 땡땡이 치길 참 잘했어~

아침 출근길의 도로이지만 한적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 정말 그대로이다.
이래서 난 우리동네를 사랑한다.

담쟁이덩쿨 올라가는 담장길아래 별같은 단풍잎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아마 이 단풍잎들은 두어주가 되기전에 모두 없어질 것이지만.....

눈쌓인 산이 가까운 마을까지 왔다.
차가운 연못물위에 청둥오리들이 떠 있다.

공기까지 청량한 아침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내려 씻기운 하늘까지 스모그가 없는 투명함.. 그 자체이다.

젖은 포도위에 떨어져 누운 낙엽들.... 내가 늘 그리워 하는 11월의 정경이다. 이동네는 12월이지만..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

가까이 왔다. 팜트리 사이로 보이는 저 흰산까지.....

푸른 잔디 언덕엔 그림처럼 낙엽이 깔려 있다.
마치 누군가가 골고루 뿌려 놓은것처럼.....

낙엽과 눈내린 산을 같이 담고 싶어서 난 바닥에 엎드려서 이 사진을 찍었다.

차가운 기온이 느껴지는 추운 아침에.....

지천으로 깔린 낙엽과 크리스마스 장식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우리동네...

아직은 단풍이 한창이건만...

이 샛노란 잎을 달고 있는 백자작나무도 이제 곧 그 옷을 떨구어 버리겠지.

지금부터가 오렌지맛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먼데 산위에 첫눈이 내리고 그 차가운 기온이 내려오기 시작을 하면 오렌지과육에 단맛이 들기 시작을 한다.

잔디위로 홍시가 떨어져 내린다.

집집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여 저녁이 되면 전구들이 반짝거리며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산아래 마을은 이렇게 조용하고.. 이른아침의 긴 그림자만 거리에 길게 누워 있다.
추운 아침.. 아주 조용한 겨울아침에......

내 한시간의 방황은 이렇게 끝이 나고 ..
늦은 출근을 하는 등뒤로 더없이 멋진 하늘이 펼쳐져 있다.
우리동네의 겨울아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