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 아침..
나는 정말이지 늦잠을 자구 싶었다.
몇년만에 첨으로 크리스마스 아침을 느긋하게 나의 침대에서 딩굴고 싶었던 나의 바램은
그누무 전화 벨 소리때문에 그만 박살이 나부렀다.
사연인즉슨 .....
나보다 더 수다스러운 영감탱이는 같이 전화기를 사도 꼭 먼저 고장이 나고야 만다. 늘.....
꼴도 뵈기싫어서 모른척 하는 내 대신에 딸년이 자기가 쓰던 전화기를 아부지에게 주었는데
아침 7시가 되니 뿌뿌~ 빰빠라빰빰~~ 찌꾸찌꾸~ 꺅꺅꺅~~ 아주 난리도 아니다.
아무리 무신경한 늦잠꾸러기인 나이지만
이렇게 극성스러운 알람소리에는 그만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그리고... 딸년이 맞추어 놓은 새벽 7시의 그 못된 알람소리를
크리스마스 새벽에 마누라 늦잠 방해할 목적으로 내 머리맡에 놓아두고는
아랫층에 가서 TV 를 즐기는 심통사나운 놀부같은 영감탱이의 심뽀라니....
사실 거의 매년을 크리스마스 휴가때마다 여행을 했었는데
올해는 좀 자중을 해야 할 필요도 있고.. 주말의 행사 약속도 있고 해서 모처럼 느긋한 휴가를 즐기려는데.....
기왕지사 잠이 깨었으니 투덜거리며 일어날수 밖에.
아~ 크리스마스 아침이구나~~
이렇게 거룩한 휴일을 주신 그 누구께 머리가 땅에 닿을때까지 엎드려 절을 하고픈 생각이 불현듯 솟구치네~~
그래~ 결심했어~ 오늘은 교회엘 가야 되겠다.
별달리 할일도 엄꼬.. 또 교회에서 떡국도 준다하니.....
마누라 : 여보~ 크리스마스 아침인데 당신한테 큰 선물하나 줄려구~
영감탱 : 몬데??
마누라 : 나.. 오늘 당신하구 나란히 교회나 가볼려구~~
영감탱 : 아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올바른 정신 맞지?? 혹시 이마에 열나나???
마누라 : ..................(그래두 크리스마스날인데..)
이리하여 우리 부부는 나란히.. 손은 안잡았지만 같은차에 타고 교회로 출근을... 아니구 출석을 하게 되얐던 것이다.
하하하~~~ 교회마당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반가움에 앞서 뜨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네~~
흐미야~ 사람 얼골 첨봐유??
말이 그렇지 난 여간해서는 교회 출석을 잘 안하기 때문에
18년 교적에만 올랐을뿐.. 마치 새신자나 다름이 없다.
오죽하면 이집사가 아니라 나집사(나이롱)겠는가~
한 가까운 분은 내 이름을 바꾸어 주기까지 한다.
친구 : 이동희집사~ 오늘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게 아니구 서쪽에서 뜨는것 같으니 오늘은 이동희가 아니구 이서희라구 부를까?
나 : ㅋㅋㅋ 맘대루 하슈~~
내가 다니는 교회는 오늘 아침 10시에 전 교인이 함께 모여 성탄절 예배를 드린다.
헹편이 낳은 사람들은 모두들 여행을 떠나고
내 생각엔 연휴가 끼인 일요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날엔 두가지 종류의 사람들만 교회엘 온다.
믿음이 신실한 사람이거나.. 돈이 없는 사람이거나....
언젠간 내가 목사님께 말씀을 드렸다.
"목사님~ 연휴에 교회오는 사람이 적을수록 잘되는 교회이구요.
평소나 다름없는 출석률을 보인다면 뭔가 잘못된 교회지요.
헹편이 낳으면 모처럼 쉬는날에 가족들과 여행이라도 할텐데 오죽하면 그저 벨볼일없이 교회나 꼬박꼬박 출석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목사님께서는 제발 연휴의 주일에는 교회가 그저 텅텅 비게만 해주시길 기도하시면 좋을것 같아요.
경제적 여유가 있어지면 자연히 여행을 갈것이고.. 교회빠지고 여행한게 죄송시러워서 헌금을 더 많이 낼 것이구요."
나의 이런 궤변에 그저 웃기만 하시던 목사님... 날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빙신으로 보셨을까.
그러나 .. 아니나 다를까?
평소에 4부로 나누어서 드리는 우리교회 신도들이 단한번의 예배로 모였는데도 그저 의자에 여유가 있다.
우리교회 사람들은 모두 헹편이 무럭무럭 피어나나보다.
역시 우리 목사님의 기도빨 하나는 끝내 주는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 교회에 모인 사람들은 아마 모두들 믿음이 신실한 사람들이겠지.. 아마도~
그저 벨볼일 없이 떡국이나 으더먹으려구 교회엘 간 나같은 인간 빼구는......
"부라보~ 만쉐~ 만만쉐이~~ "
오늘은 예배순서에 우리 교회가 자랑하는 오케스트라와 성가대원의 협연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공연되는 날이다.
나는 틈틈히 사진을 담을 요량으로 앞에서 두번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에 믿음이 신실한척을 해 쌓는 영감탱이가 손사래를 쳐가며 질겁을 해 댄다.
그래두 마눌의 엄명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오기는 했는데
가만히 봉께 옆에서 계속 졸고 있다.
멍청스런 영감탱이 같으니라구... 오늘 쭈겄써~~
난 계속해서 곁눈질을 해 가며 허벅지를 비틀어 대고....
에고~ 눈치도 없지 증말.. 우찌 오늘같은 날에두 잠이 올까~~
그래서 앞자리가 싫었어야~~
참으로 신기한것은 그렇게도 졸던 영감탱이가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고 "자~ 그럼 기도합시다~" 소리에는 두눈을 반짝 뜬다.
참으로 신기한일을 많이두 일으키는 영감탱이..
집에서도 두가지 취미생활을 동시다발로 즐기느라 연속극을 보면서 꼭 잠을 자는데
내가 아주 몰래 TV 를 끄면 귀신같이 눈을 반짝 뜨고는 "왜꺼!!"
참 신비스런 영감탱이의 잠에 대한 사이클은 시끄러울땐 졸고 조용하면 잠이 깨인다.
내가 정말 오랫만에 같이 옆에 와 앉았는데도 그의 취미생활은 아직 변함이 없는걸 보며
그의 소신있는 행위에 다만 경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두 내가 가르쳐 준 [교회에서 설교시간에 들키지 않고 잠자기] 는 아직 잊지 않고 잘 써 먹는것 같다.
즉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여 턱을 목에 댄후에 눈을 살며시 감으면 절.대.로 흔들림 없이 잠을 잘수가 있다.
아마 남들이 보면 목사님의 설교를 조용히 눈을 감고 경청하는 것으로 보일것 같아서....
그러나 이 방법은 뒷자리에서나 써 먹을 일이지 목사님 턱밑에 앉아서는 그러면 안되지 이인간아~~
사실 교회에서 생각없이 졸다가 잠깐의 실수로 목이 뒤로 넘어 가 본 사람이 있는가~
너무 부끄러워서 정말 고개를 들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고안을 해 낸 [들키지 않고 잠자기]는 실로 여러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즐겨 사용을 하고 있는것 같다.

오케스트라와 성가대가 화음을 조절하고 있다.

3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거의 청소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입시지옥과는 별로 상관이 없이 자유롭게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이 꿈나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연습을 한다.

오늘은 전 교인이 함께 예배를 보기때문에 오른쪽의 젊은 목사님이 2세들을 위해 영어로 통역을 한다.
(이 시간에 영감탱이가 졸았음)

한결같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쁜이들....

오른쪽 뒷줄의 이 업빠도 분명히 한국사람이 맞습니다. 하하하~~ (문갑섬 소년님~ 할말있으문 해 보슈~~)

평소에 농담도 잘하는 저 집사님의 근엄한 얼굴을 보려니 자꾸만 웃음이 나네~~

우리교회의 자랑인 테너를 맡은 집사님.. 멋져부러~~~~

또하나의 자랑인 소프라노를 맡은 집사님.....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헨델의 메시아 중에서.....

서너달의 연습을 열심히 같이 해 준 청소년들...

"기쁘다 구주 오셨네~ "
음마~ 바로 아래서 바라보니 목사님 충치 보이겄슈~
저러다 틀니 떨어지는거 아녀~~

초등학교때부터 첼로를 해 온 이 고등학생....

대학에서 플룻을 전공하는 이 대학생....

또한명의 첼리스트...

대단한 미모를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대학생....

정말 사랑스러워 보이는 어린 첼리스트...

미모의 올개니스트....

모두들 역량을 합하여 아름답고 웅장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다같이 기념사진 한장 박었다.
2009년 크리스마스에 그래두 작은일 하나는 한 셈이다.
졸고 있는 영감탱이 옆에서..ㅋㅋㅋㅋ

아직은 앳된 이 어린 첼리스트들이......

그리고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 귀여운 말괄량이들이 우리 모두들의 꿈나무 들이다.
우리가 이나라에 와서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
힘든 역경속에서도 결코 돌아설수 없는 우리의 일상은 오직 이들의 미래를 위한 발판일 것이다.
낯선 이국땅에서도 늘 다른 민족에게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의 미래.. 우리의 꿈.. 우리의 이상....
고된 삶속에서도 이들의 밝은 웃음을 보며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이고 이들의 밝은 꿈이 곧 우리의 이상이니까.....
이렇게하여 나는 오늘 교회를 갔었다.
사실 이민교회는 어떨까를 조금은 궁금하게 여길수도 있을것이다.
그런 독자들의 궁금증도 풀어 드리고....
더불어 나의 형편없는 게으름도 세상에 폭로하고... ㅎㅎㅎ
근데 쓰다보니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만 3편을 썼다.
그래도 한가지 더 써야 하는데.....
요즘 우리동네는 밤이면 거리 곳곳마다 아름다운 장식등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어젯밤 헤매이며 돌아다닌 밤거리 풍경을 한번 더 올려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