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무기로 삼는다
이동 통신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이외에도 애플은 판매 후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천해 왔다. 애플은 새로운 제품 장르에 진입할 때 제품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아이팟과 아이튠스 스토어가 그렇다.
아이튠스 스토어가 성공한 이유로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일 것이다. 당시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음악의 부정 복사가 범람해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무료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음악을 사도록 할 수 있었던 요인은 원하는 음악을 간단히 찾을 수 있도록 한 우수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한 곡당 99센트(일본에서는 150엔 또는 200엔)라는 값싼 가격이었다. 애플은 사용자 편의적인 측면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근거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도달한 결론이, 애플 자신은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거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한 곡당 99센트 중 음원 회사에 65센트를 지불하고, 신용 카드 회사에 10센트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네트워크와 관련된 요금이나 운영비를 제외하면 애플에게는 한 곡당 10센트 정도의 이익이 남는다.
대신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판매한 곡은 애플의 아이팟에서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아이튠스 스토어를 트로이의 목마로 삼고, 아이팟의 이익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계획을 구상한 것이다.
애플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음악의 가격뿐 아니라 사용의 편리성에도 주력했다. 모든 기준이 된 것은 인터넷에서 부정으로 유통되는 음악이었다. 손에 넣은 음악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면 결국 사용자는 부정한 복사본을 유출시키게 된다.
따라서 애플은 사용자가 구입한 곡을 자유롭게 몇 번이고 음악 CD로 구울 수 있는 권리를 비롯해 최대 5대의 컴퓨터에서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그리고 음악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30초 동안 샘플을 들을 수 있도록 했고, 갖고 싶다는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원클릭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쾌적한 구입 체험을 설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원클릭 구입’의 특허는 미국 아마존이 가지고 있었으나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해당 기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애플은 아마존과 기능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한 곡씩 판매한다는 것, 99센트의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 음악 CD를 자유롭게 구울 수 있는 것 등은 모두 음원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불리한 조건이었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음원 회사를 다음과 같이 설득했다. “음악의 부정 복제보다 매력 있는 비즈니스를 전개하지 않는 한 소비자는 부정 복제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설득에도 음원 회사가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Mac의 점유율이 낮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초기 아이튠스 스토어는 Mac 전용 서비스로 시작되었다. 이때에는 아직 윈도판 아이튠스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Mac이 컴퓨터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다는 것을 무기로 “만일 아이튠스 스토어 비즈니스가 실패하더라도 잃는 것은 컴퓨터 사용자의 5%에 해당하는 사용자에 불과하다.”라고 설득했다. 아이팟의 강점을 무기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아이폰과는 반대로 아이튠스 스토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Mac의 약점을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확실한 그랜드 디자인과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계획이 있어 애플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