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스가 보낸 편지
이와 같이 브랜드 만들기에 매우 공을 들이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애플도 때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실수가 아이폰을 발매하고 나서 10주 후에 가격을 내려 큰 소동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2007년 6월 29일 발표 당시 4GB 아이폰 가격은 499달러, 8GB는 599달러였는데, 9월에 8GB만 가격을 200달러 내린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크리스마스 세일에 대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아이폰을 가장 먼저 지지해 온 충성스런 애플 팬을 제껴놓고 새로운 사용자만을 위한 가격 정책이다.” 하면서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리고 <USA 투데이>의 9월 3일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가 “우리의 가격 정책은 테크놀로지 제품이라면 필연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하자 소비자들의 비난은 더욱 가중되었다.
결국 9월 9일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보내는 오픈 레터’를 공개하게 된다. 편지에서 그는 초기 아이폰 구입자로부터 수백 통의 이메일을 받았고, 이를 모두 읽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격 인하에 대한 판단은 경영적으로 옳았다는 점, 기술의 세계에서는 갑자기 가격을 내리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발매 직후부터 아이폰을 지지해 준 사용자를 더욱 배려했어야 했다는 점을 기술했다. 그리고 애플 또는 AT&T의 직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달러 가치의 상품권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잡스가 결국 사과를 하자 소동은 잦아들었다.
그런데 애플이 제공하겠다는 상품권을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아가 받아야 하는 불편을 비롯해 스티브 잡스의 사죄 후에도 애플에 대한 비판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아이폰의 부정 이용 고객들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었다. 아이폰을 AT&T와 계약해 사용하지 않고 펌웨어로 가공해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부정 사용자가 늘어났다. 따라서 애플은 AT&T나 교섭 중인 다른 이동 통신사의 체면을 생각해 이러한 해커들에게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2007년 가을에 릴리스한 펌웨어 업데이트에서 해킹의 흔적이 있는 아이폰을 모두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 후 범죄 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해킹을 한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휴대 전화를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조치한 애플을 용서할 수 없다.”라는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됐다. (게다가 그 업데이트마저 해킹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스티브 잡스는 다시 오픈 레터를 써야만 했다. 그는 사용자들의 불만에 대한 대책으로 2008년 7월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사실 해커의 대부분은 아이폰 기기에 자신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사람들이었다. 애플은 이러한 이용을 처음부터 용인할 생각이었지만 처음에는 바이러스 등을 우려해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도 정보 공개를 약속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아이폰 발매 이후 애플이 고객과의 싸움에 매우 서툴러졌다고 지적하는 저널리스트도 많다. 한편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신속히 CEO가 직접 나서서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아이폰의 매출과 애플 주가에도 그리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