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적인 조작에 집중한다 


아이폰은 ‘혹시…이렇게 해봐도 가능할까?’라는 생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면 조작이 되는 제품이다. 만약 단서를 전혀 찾을 수 없다면 화면 위의 버튼을 누른 다음에 아무것도 못한 채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가 조작하는 것을 지켜본다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렇듯 손쉬운 조작 메커니즘에 자신감이 있는지 애플은 아이폰에 사용 설명서를 붙이지 않았다. 사용 설명서 대신 차지한 것은 뒷면에 예쁜 컬러 사진을 넣은 카드 한 장뿐이다. 이 카드에 모든 기본 조작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아이폰의 조작은 왜 이렇게 직감적일까.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4장에서도 설명했지만 준비되어 있는 기본 조작을 철저히 제한시켰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할 때 M&A한 미국의 핑거워크스가 판매하던 터치패널 제품은 수십 종류의 조작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게 종류가 많을 경우 각각의 조작이 아무리 직감적이어도 모든 조작을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핑거워크스 제품에는 앞에서도 설명했듯, 조작 순서를 일람표로 정리한 매뉴얼 표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에서는 핑거워크스와 달리 기본 조작만을 간단히 설명해 놓았다.  


아이폰은 핑거워크스의 조작 가운데 일부만을 도입했다. ‘두드리기’, ‘넘기기’, ‘당기기’, ‘꼬집기’에 대한 조작만 기억하면 조작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화면을 두 번 두드리는 더블 탭 조작을 기억하면 누구든 충분히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조작에 일관성이 있다는 점도 직감적인 조작이 가능한 이유다. 예를 들어 사진을 한 장 보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 사진을 보려면 사진을 화면 왼쪽 끝을 향해 당겨서 다음 사진으로 넘긴다. 그러면 화면의 오른쪽 끝에서 다음 사진이 나타난다.
일기 예보 기능도 마찬가지이다. 왼쪽 끝으로 당기면 첫 번째 도시, 두 번째 도시, 세 번째 도시 등으로 정보를 전환한다. 웹브라우저 ‘사파리’에서도 복수의 페이지를 전환하여 표시할 때에는 같은 조작 방식을 쓴다.  


원래 아이폰에서는 애플 이외의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없었기 때문에 조작의 일관성이 유지된 점도 있다. 순수 애플 어플리케이션(또는 애플이 아이폰을 위해 최적화시킨 어플리케이션)만을 도입했기 때문에 통일이 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다른 회사에 대해서도 ‘아이폰 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을 준비하여 조작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직감적인 조작이나 일관성이 있는 조작은 애플이 혁명적인 인터페이스라고 일컫는 맥의 인터페이스와 아이팟의 인터페이스에도 적용되었다. 그러나 아이폰의 인터페이스에는 더욱 높은 수준의 직감적인 편리함이 마련되어있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hand eye coordination’이 성립하는 ‘hand manipulation’을 실현했다.  


‘hand eye coordination’이란 손과 눈을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눈으로 물체를 보고, 손으로 만져 움직여서 손의 움직임에 따라 물체도 움직이게 한다. 아이들은 1세부터 2세까지 눈의 움직임과 손의 임직임의 상관관계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주위의 다양한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구축한다.  


‘direct manipulation’이란 화면 위에 표시되는 물체(가상의 물체)를 메뉴 선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작하지 않고 직접 만지는 것과 같이 조작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래그 앤 드롭(drag & drop) 조작, 즉 아이콘을 마우스로 끌어당겨 다른 아이폰(또는 다른 윈도)과 접촉시켜 반응을 일으키는 조작도 direct manipulation의 한 종류이다.  


Mac에서는 direct manipulation을 중시하기 때문에 말을 하기 이전의 유아들도 조작할 수 있다. 실제로 초기 Mac 개발 팀의 스태프 가운데 한 명은 1980년대에 자신의 아이가 조작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퍼스널 컴퓨터’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Mac의 개발에 영감을 준 앨런 케이 박사가 ‘어린아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컴퓨터가 이상적이다.’라고 생각한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이폰은 화면 위의 물체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만져 직접 조작하기 때문에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욱 순수한 의미의 ‘hand eye coordination’이 성립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도 아이폰의 조작을 Mac보다 더 간단히 습득할 수 있다. 아이폰은 따라서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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