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허브 구상의 새로운 스테이지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정비, 아이팟, 아이튠스 스토어의 세 가지 단계를 진행하여 아이팟을 활용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애플은 디지털 허브 구상을 다음 단계로 진행시킨다. 이것이 아이폰으로의 흐름이다.
애플이 아이팟으로 커다란 시장 점유율을 획득했다고는 하나 휴대형 음악 플레이어의 시장 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연간 1억 3,500만 대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휴대형 음악 플레이어 시장은 게임기(연간 2,600만 대)나 디지털 카메라(연간 9,400만 대)보다는 큰 시장이지만 애플은 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리라는 것을 예상했다. 애플은 판매 지역을 지금보다 넓혀 매출을 늘리기보다 신규 분야를 개척하는 전략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때 착안한 것이 연간 약 10억 대 규모(2006년 9억 5,700만 대)의 휴대 전화 시장이었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휴대 전화는 사용자와 친밀한 디지털 기기라는 것이 중요했다.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한다는 그랜드 디자인을 가진 애플의 입장에서 휴대 전화는 언젠가는 꼭 생산해야만 하는 제품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아이폰은 디지털 허브 구상 속에서 탄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폰에는 컴퓨터와 접속하여 정보를 정리하거나 다른 제품과 연계하는 디지털 허브 기능이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 다른 제조사였다면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휴대 전화’를 만들 수는 있어도 ‘컴퓨터와 반드시 연결해야만 사용 가능한 휴대 전화’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편리성을 생각해서 인터넷으로 음악 데이터를 구입하는 기능을 덧붙인 역사를 보면 인터넷으로 휴대 전화를 개통한다는 발상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품의 설정을 매장에 부탁하기보다는 사용자 자신이 컴퓨터로 직접 개통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라는 발상이다.
또한 애플은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음악을 팔고, 음원을 보유하는 회사로부터 (매우 소액이지만) 마진을 취한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하면 아이폰을 독점적으로 제공한 이동 통신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발상이다.
이와 같이 애플의 그랜드 디자인에서 그려지는 아이폰의 제품 콘셉트가 탄생했다. 경쟁사의 입장에서는 비상식적인 콘셉트일지라도 애플의 그랜드 디자인을 기반으로 생각하면 매우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