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비싸도 팔리는 휴대 전화
 

아이폰은 휴대 전화 단말기의 판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아이폰은 399달러(40만 원가량)에 팔리는데, 일본의 휴대 전화와 비교하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발매 초기에는 4GB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이 499달러(50만 원가량)였고, 지금의 8GB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은 599달러(60만 원가량)로 더욱 높은 가격에 책정되어 있었다. 


미국의 휴대 전화는 일본보다 더욱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비싼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 책정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아이팟을 웃도는 빠른 기세로 팔렸다. 


그 비결 중 하나는 애플의 제품 진열 방식의 우수함에 있다. 애플의 온라인 매장이나 직영점에서는 비싼 아이폰이 더욱 잘 보이도록 진열되어 있다. 애플의 진열 방법은 아이폰과 아이팟을 함께 진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 발매 후 2007년 7월 현재 아이팟의 라인업을 살펴보자. 


아이팟과 아이폰의 가격 비교
2007년 9월 아이팟 터치 등 신제품 발매와 함께 아이폰의 가격을 내렸다. 사진은 발표회견 당시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아이팟 중 가장 싼 것은 액정 화면이 아니라 옷에 클립과 같이 끼워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아이팟 셔플’로 79달러이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로 다섯 가지 색깔을 가진 ‘아이팟 나노’이다. 당시 영상 재생이 가능한 최신 기종이 149달러라는 낮은 가격이었다. 이외에도 음악이나 영상을 대량으로 저장하고자 하는 사용자를 위한 ‘아이팟 클래식’이 있었고, 80GB 용량 모델의 가격은 249달러, 160GB 모델이 349달러였다. 이들 모델보다 상위 모델이 아이폰과 거의 같은 터치패널을 사용하여 새로운 감각적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아이팟 터치’로서 8GB 모델이 299달러, 16GB 모델이 399달러이다.  


아이폰은 같은 8GB 모델의 아이팟 터치에 100달러만 보태면 휴대 전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무선LAN 환경이 없는 곳에서도 휴대 전화로 통신을 할 수 있고, 이메일, 200만 화소 카메라, 지도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맵’, 주가 정보, 일기 예보와 같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100달러의 차액을 생각하면 아이폰을 사는 것이 훨씬 이득처럼 느껴진다.  


타사의 휴대 전화 단말기는 항상 경쟁사와의 비교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된다. 이에 비해 애플은 자사의 인기 제품들 사이에서 상관 관계를 가지고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휴대 전화 기능이 마치 아이팟의 부가기능 중 하나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이런 가격 결정 정책을 수립하는 순간 경쟁사와의 가격 비교에 의해서 가격을 결정한다는 발상이 없어지게 된다. 


사용자가 다른 장르의 기기와 비교하고, 가격이 비싼 아이폰을 산다는 것은 휴대 전화 제조사, 특히 일본의 제조사에는 충격이다. 휴대 전화 업계에는 “단말기가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라는 상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 유통되는 휴대 전화 단말기의 가격은 평균 4만~5만 엔이고, 고기능 단말기의 경우 8만 엔 수준이다. 이 가격은 아이폰의 미국 국내 판매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경우 이 같은 가격 라인으로는 단말기가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 통신사가 단말기 1대당 약 4만 엔의 판매 장려금을 부담하고 단말기 가격을 싸게 하는 효과를 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에는 비싸도 2만 엔 선의 단말기가 유통되었다. 극단적으로는 무료 단말기나 1엔 단말기와 같은 가격도 가능했었다. 비슷한 판매 장려금 제도는 해외에도 있지만 일본은 이동 통신사의 부담액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려금 제도를 이용하여 계속 단말기를 싼 것처럼 보일 수 없게 되었다. 2007년 들어 판매 장려금을 통한 판매에 대해 회의론이 일게 된 것이다. 판매 장려금 제도란 원래 휴대 전화가 널리 보급되지 않는 나라에서 취하는 시책으로서, 휴대 전화가 충분히 보급되어 있는 일본 시장에는 적합지 않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단말기를 싸게 사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유리하지만, 궁극적으로 판매 장려금은 사용자의 통신료로 충당된다. 통신 수수료의 4분의 1 정도가 판매 장려금에 충당되는데, 이것은 결국 사용자가 지불하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총무성이 주최하는 ‘모바일 비즈니스 연구회’에서는 2007년 7월 공표한 보고서에서 판매 장려금에 대한 재검토를 명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미 판매 장려금을 배제한 요금제를 채용한 소프트뱅크 모바일에 이어 KDDI(au)나 NTT도코모가 2007년 11월 판매 장려금을 최소화하고 통신료를 인하한 요금제를 시작했다.  


이렇게 판매 장려금을 최소화한 요금제가 보급되면 휴대 전화 단말기의 가격은 높아진다. 기존의 휴대 전화 제조사는 아이폰 출시에 따라 가격이 비싸더라도 팔리는 단말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쫓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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