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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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우 안성기님께서 혈액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보았다. 이 책을 쓰실 시기에 허지웅 작가님도 악성림프종 투병을 겪으셨다. 그는 안성기 배우님의 혈액암 투병 소식에 애초 알 수 없는 이유를 짐작하고 집착하는 건 투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유에 관해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추가로 근거 없는 공포에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선생님의 쾌유를 비는 게 우선이라고 적은 그의 글이 안성기 배우님을 비롯한 모두에게 진심을 담은 묵직한 힘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생사를 오가는 경험 속에 적게 된 글과 그 후의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어느 책보다도 진정성있게 다가왔다. 과장되지도, 그렇다고 소박하지도 않은 정말 본연의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자신이 이입되서 쓴 글이 아닌, 제 3자가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쓴 것만 같은 차분한 이성적인 문체가 너무도 좋았다. 책 속,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는 말이 나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에도 위안을 줌과 함께, 오늘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같았다.

"살아라" 라는 세 글자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는 책 :)

📖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이 말을 소리내어 중얼거리기 시작한 게 그즈음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끄적거려놓고서 이 말의 더 나은 쓰임을 찾을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아껴둔 문장이었다. 이걸 새삼 떠올린 건 내가 쓴 말이 너무 근사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저 떠벌린 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 망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을 돌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디 평안하기를.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 자기 삶이 애틋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이 오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사실이다. 누군가에 관한 평가는 정확한 기준과 기록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정말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두고 누군가는 자신을 향한 평가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킨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 그걸 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한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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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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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은 태지원 작가님이 그림을 통해 도움을 받았던 내용의 글을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연재하여, 그 기록들을 엮어 만든 책이다. 전작인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에서는 마음속 상처와 고민을 다루었다면, 이번 <그림의 말들>에서는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생을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모두에게 필요하면서도 의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알아야 할 것들,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다면, 적당한 거리가 관계를 아름답게 만든다,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는 법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순차적으로 읽지 않더라도 자신의 현재 상황에 맞게 골라 읽는 것도 추천한다.

미술 도서들을 접할 때면 각 도서의 매력에 빠져,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림과의 대화를 얻게 되었다. 작품들을 보고 숨겨진 사실들을 알게되며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마치 그림이 말을 하는 듯한 그런 신비로운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

태지원 작가님의 이야기와 함께, 그림이 주는 힘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 :)

📖 열정만으로 길게 펼쳐낼 수 있는 꿈은 없다. 재능으로만 버틸 수 있는 분야도 존재하지 않는다. 꿈과 재능을 섣불리 한 가지로 규졍하지 말고 조금씩 몸으로 부딪혀보는 게 먼저일지 모른다.

📖 무기력한 생각과 마음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루고 싶은 일의 단위를 잘게 쪼개거나 작은 성취감을 주는 소박한 행위에 집중해보는 것이 어떨까. 소박한 행위와 작은 성취가 쌓이다 보면 마음이 단단해진다.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때도 있다. 작은 것에 정성을 쏟는 아름다움을 기억하다 보면 무기력의 순간도 점차 사라진다.

📖 모든 인간의 삶에는 홀로 해결해야 할 외로움이 공평하게 배분되어 있다. 외로움의 시간이 찾아왔다면 엉뚱한 행동으로 도피하지 않고, 그저 외롭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홀로 집중할 일을 찾아 몰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외로움의 순간이 당신을 늘 허약하게 만들거나 망가뜨리는 건 아니다. 고립감이나 소외감으로 가득 찬 시간을, 자발적으로 즐기는 고독의 시간으로 전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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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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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감상하는 것에 흥미가 있으면서도, 여성 미술가들의 수가 작은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여성을 묘사한 작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이 최근까지도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작품과 그리고 그 시대 상황에 대해 상세한 설명과 함께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너무 마음에 들었던 작품, '눈먼 소녀'. 장애와 순결함의 조합이 고귀하게 느껴져, 너무 아름다웠던 작품이었다. 따스한 분위기의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받아들여졌으며, 1857년에는 리버풀 아카데미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 다양한 미술 관련 서적들이 많은데, 이 책은 다양한 각도의 시선으로 작품 속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특히 좋았다. 그림 속 일차원적으로 본 나의 느낌이 아닌 이유리 작가님의 설명으로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도 알게 되면서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작품들을 다양하게 감상하고, 작품 속 권력관계 등 현실의 문제들을 파악하기에 좋은 책 :)

📖 어린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우주이지만, 아직 어른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면, 이제 어른들이 먼저 '응답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관용과 기다림을 자양분 삼아 괜찮은 어른으로 차츰차츰 자라날, 그런 '작은 인간'들의 목소리에.

📖 공리주의 철학저 제러미 벤담은 이렇게 얘기했다. "중요한 질문은 동물들이 이성을 가지고 있는가, 말을 하는가가 아니다. 그들이 고통을 느낄 줄 아는가이다." 맞는 말이다. 비건 활동가 캐럴 애덤스의 말대로 "정의란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의 장벽에 갇힌 취약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 거대한 돈이 오가는 거래가 잊힌 후에도 튤립 자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위해 꽃 농사를 짓는 농부는 반드시 있다. 그 농부의 마음이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이를 충분히 증명하지 않았던가.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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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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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이건의 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았다. 허나 책을 덮음과 동시에,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SF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진 후, 나름대로 SF를 골고루 읽어보다가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들에 조금 흥미를 잃기도 했었는데, 그렉 이건은 그러한 감정들을 모두 해소시키고 다시 하드 SF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총 11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정말 한 편도 빠짐없이 최고였다. 특히 첫 단편인 '적절한 사랑'부터가 나에게는 충격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정말 새로운 SF를 본 것 같았다. 이 작품들이 훨씬 이전인 90년대에 쓰인 것이라니, 그의 한계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적절한 사랑'에서의 주인공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돌이킬 수 없다는 건, 선택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보다는 그 선택을 함으로써 이전과는 같은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포함한 것이다.

과연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그 당시에는 상황들로 인해, 나 또한 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도 든다. 후에 나의 감정들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절한 사랑'이외에도 책의 제목인 '내가 행복한 이유'와 '실버 파이어' 등 이 책에 실린 모든 작품이 굉장했다. SF 작가들의 작가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는 책 :)

📖 내가 크리스에게 느꼈던 특별한 감정은 이제는 모두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생리 현상에 불과하다. 그에게는 여전히 정을 느끼고 욕망도 느끼지만, 예전에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존재했다. 그것이 없었다면, 크리스는 지금 살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

📖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밖에는 없었다. 내가 느끼는 이 비애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내서 내가 인위적으로 꾸며낸 불행한 상황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에 불과하다고 나를 속이든가, 아니면 그런 감정을 외부에서 강요받은 이질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육체적으로 마비돼 아무 쓸모도 없어진 무력한 사람처럼 이 감정의 껍질 안에 갇혀 있다고 상상하든가.

📖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 무의미한 행복감과 무의미한 절망감이 복잡하게 뒤얽힌 경계 선상을 걸어가면서. 혹시 나는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경계선 양쪽에 펼쳐진 것들을 뚜렷하게 보는 일이야말로 그 좁다란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일 수도 있으므로.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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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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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중 다른몸들이란 시민과 함께하는 대중적이고 급진적 활동을 지향하며, 특히 질병권 보장을 위해 아픈 몸 당사자들의 저항적 질병 서사, 아픈 몸 노동권, 돌봄, 젠더 등을 주요한 의제로 삼고 있는 n개의 다른 몸들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회단체를 말한다.

이 책은 <교차하는 현실 속 잘 아플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돌봄>이라는 강좌를 수강하고 적극적으로 토론해 준 시민들이 함께 완성한 책으로 더욱 의미있는 도서이다.

여러 사람들의 토론으로 이루어진 생각들이라서 그런지, 돌봄에 대한 다층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질병, 정신장애,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까지 여러 주제들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보호를 강조할 때 약자는 영원히 약자로 남게된다고 한다. 우리에게 평소 돌봄에 대한 인식은 무엇이고, 약자, 그리고 보호에 대한 인식과 편견은 어떠한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조건이 특정 존재를 약자로 만드는지, 약자를 약자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속상하지만 이는 소수의 인원과 마인드로는 절대 개선되지 못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약자를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고 이끌어 나가야 그 사회가 유지될 수 있기에, 한 명이라도 더 돌봄에 대한 기준과 그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추천하는 책 :)

📖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사를 쓰고, 그 이야기를 계기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정신의학은 환자의 이야기를 증상으로 해석한다. 그때 당사자는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라는 자기 이야기를 상실한다. 과거로부터 단절되며, 공허한 의학적 객관 앞에 던져진다.

📖 우리도 이 외침에 합류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더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약자와 생태를 보호하는 사회의 한가운데에 돌봄이 있어야 한다면, 그 사회로 나아가는 가장 큰 힘은 단연코 지금까지 돌봄을 제공해 온 사람들에게서 나올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 돌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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