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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레슬리 베네츠 지음, 고현숙 옮김 / 웅진윙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가끔 별일 아닌 책인데, 나의 상황에 기가막히게 들어맞는 책을 만날때가 있다. 그래서 인생 경로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그런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때가 있는거다.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아직 신변의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않았으나 심경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
마음속에 머릿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현안이 너무 크고 많아서 쏟아낼때까지는 한달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은. 우선. 책에 대해 얘기해보자.
책의 부제는 이렇다.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 홈에 대하여
"아이 양육은 고작 10년, 그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소위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면 부모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빠른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부모와 같이 외출하기를 꺼린단다. 고작 12~13년 양육을 하고나면... 40대 이후 남은 4~50년은 무엇을 하고 보낼 것인가.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은 차지하고라도 부모세대와 달리 권위적이지 않고 자녀와 친구처럼 지내길 원하는 우리세대는 부모세대와 어떻게 다를까? 자녀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지내길 바라는 것일까?
이렇게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겨서 엄마를 소흘히한다고 여자친구를 질투하거나, 아들에게 짜증을 부릴 것인가? 결혼을 앞둔 딸에게 또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딸에게 남자친구(또는 배우자)의 일을 시시콜콜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섭섭해할 일인지...
남편이 직장생활의 일을 나에게 소소히 말하지 않아 가끔 섭섭할때가 있기도 하지만, 나 역시 직장생활의 모든 일을 남편에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즉 나도 나.만.의. 인.생.이 필요하다는 결론인 것이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나만의 인생을 기획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이 아닌 직업으로서 개인영역을 확보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까운 예로 우리 쌍둥이들의 고모께서는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기는 하셨지만 평생 취미로 삼을 손바느질, 뜨개질을 전문가 수준으로 지속하셨고,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금 문화센터에 강의를 나가실 정도로 자기개발에 성공하셨다. 인터넷에서 블로그와 카페운영, 소모임으로 강의 및 판매를 지속하시면서 취미와 일과 소득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신 멋진 분이다.
직장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삶.
오늘 하루, 지금 한달, 그리고 일년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 80. 아니 100세 인생을 생각해야할 때다.
책에서...
p9-10
잡지에 나오는 집처럼 아름답게 집을 꾸미고, 직접 만든 요리를 내놓고, 아이들을 학원에 차로 데려다 주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한 사람으로서 여성의 삶에는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일을 통한 사회 기여,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적 소통 등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며, 직업이 단순한 돈벌이 이상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p36
사회가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름을 내세워 자신의 이익보다는 가족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생각하게끔 여성을 부추긴 탓이다.
p41
회사에 다니며 집안일도 잘해내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중략) 성공지향적이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단순한 일을 하지 않잖아요. 제 일 역시 시간제 근무를 하기 힘들어요. 많은 업무와 그에 따른 부담감이 늘 있죠.
p59
전업주부들은 여자가 일을 하면서 영양가 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가족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디서도 받을 수 없다는 근거 없는 굳은 신념이 그들을 지탱해주고 있다.
p73-74
늘 마음속에 아이들을 염두에 둔다.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들과 종일 같이 있지 못한다고 해서 '시간제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시내에 나가 있어도, 회의에 참석해도 언제나 아이들을 생각한다. (중략)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는 점은 분명 사실이며, 내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반면에 일부 여성은 엄마라는 사실을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p104-105
실질 임금은 차이가 없는데 기초생활비용은 올라가고, 생활수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맞벌이 가정도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전 세대에는 한 사람의 수입으로 유지할수 있었던 생활수준이 지금은 맞벌이를 해야 가능하다.
(중략)
어떤 식이든 가정의 수입이 많을수록 가족 개개인의 삶과 결혼생활의 질이 높기 마련이다.
(중략)
전업주부를 택하는 많은 여성이 직장을 다닐 경우 자녀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일은 돈을 벌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이 죽거나 떠나거나 실직하는 것이다. 이혼 때 생기는 많은 문제 중 환경의 악화는 자녀에게 큰 상처를 준다. 갑작스럽게 수입이 줄어 거주지를 얾기면서 아이는 전학을 가야되고 친구를 잃게 된다.
p236
일하는 어머니에게서 저는 적당한 관심을 받았죠. 세상이 내 위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좀더 일찍 깨닫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p237
전업주부들은 남편이 자신이 집에서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이 여성의 역할에 관해 솔직히 얘기할 때, 전업주부를 비하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편들은 아내의 뒷바라지에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p257
남자가 출산휴가를 내는 것은 드문 일이며, 설사 그런 휴가를 준다고 해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가 양육이나 가사일에 헌신할수록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이고, 남편 자신도 더 행복해진다.
p270
다시 말해 오늘날 일하는 여성이 소흘히 하는 것은 집안일이지 자녀 양육이 아니다.
p284-285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신이 속하지 않는 각자의 삶이 있듯이, 당신에게도 자신만의 삶이 필요하다.
p297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어. 엄마는 최선을 다했어. 맘에 들지 않으면 부모불만센터에 항의하렴!
난 완벽한 엄마가 아니야. 완벽한 척하지도 않을 거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엄마를 사랑해주렴.
게다가 말도 안 되는 기대치를 갖지 않아서 오히려 일이 잘 풀려요.
p306
대개 사람들은 정말로 자유를 원하지 않습니다. 책임감이 뒤따르니까요.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두려워합니다. (중략) 책임감이 두려운 것은 누구나 그렇다. 그러나 결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의존을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움을 넘어서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사는 어른으로서 치러야 할 도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