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2010.11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
그랬을꺼다. 우리 부모님 역시 그랬을꺼다.
나중에 아직도 너를 그 학원에 못보내줬다는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하셨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부모님께 청솔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졸랐던 적이 있다. 부모님은 내가 맏이인데 아래로 동생들이 많아 한달에 40만원이 넘는 학원비가 부담스럽다며 거절하셨다. 사실 내가 강력하게 우겼으면 엄마는 그 학원에 보내주셨을꺼다. 그런데 나는 끝까지 보내달라고 우기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학원에 다니고 싶던 이유가 불순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공부도 잘하고, 학생회 활동도 하고, 놀기도 잘하는 그 엘리트 그룹에 좀 끼고 싶은데 그 당시의 나는 공부도 어중간하고, 학생회에는 이름만 걸쳐있고 놀줄 모르는 콤플렉스 덩어리였기 때문이었다. 학원에 보내주시면 그 비용에 맞는 성적이 나와야할텐데, 그럴 자신은 없고 괜히 그 그룹에 껴볼수 있을까 스스로 공부해서 어울릴 생각은 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기대봤다가 안되면 엄마를 원망할 심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때는 몰랐는데, 고등학교때 여러 중학교의 아이들이 조금씩 섞이게 되면서 하얀얼굴의 안경쓴 아이만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외모도 뛰어나고, 공부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좋고, 가무에 능하고, 게다가 집안도 넉넉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수두룩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저자와 나는 1살차이의 같은 세대다. 구정고등학교는 내가 수능시험을 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이 그리는 압구정과 청담동의 분위기, 당시의 입시환경은 내게 너무나 생생하다. 내 삶에서 너무 오랫동안 좋은 학교와 좋은 집안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압구정 소년들>이란 소설은 내가 잊고 싶어하던 그 시절을 시리게 자극한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의 얘기. 그것도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성장과 살짝 들어간 추리(?)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지만 정말 현실적인 소설.
나로서는 부자는 모두 나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이렇게 성격좋고 공부도 잘하고 예쁜 아이들도 있다는 걸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으니 다행이지만, 아직도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소설이다.
압구정이라는 곳에 대한 선입견없이 읽는다면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살짝 다른 얘기
대학에 가서 친구들이랑 나눈 이야기 하나.
독서실 한달 비용에 대하여.
상계동이 집인 친구 "난 7만원이었어
개포동이 집인 친구 "정말? 난 8만원이었는데
압구정이 집인 친구 "어머! 난 10만원이었어!!!!
(아마 대치동이 9만원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