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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4년 6월
평점 :
[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미발표 작품집 공개!
10주기 기념 작품집의 타이틀 『언덕 위의 아줌마』 는 극단 ‘엔(円)’ 어린이 무대에서 상연된 전설의 ‘어린이를 위한 연극’ 〈언덕 위의 아줌마〉의 희곡 제목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집은 사노 요코의 찐팬이자 그녀의 그림책을 여러 권 국내에 소개한 엄혜숙 작가가 번역을 맡았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부터, 초현실적이고 신비한 짧은 소설, 소녀시대부터 가난하기 짝이 없던 무사시노 미술대학 시절, 베를린 유학시절 이야기를 쓴 에세이, 사노 요코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나의 복장 변천사」,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사노 요코의 희곡 「언덕 위의 아줌마」,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의 연애 및 결혼 에피소드까지, 사노 요코의 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의 작품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못한 여러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변하는 주인공 ‘언덕 위의 아줌마’는 여신의 풍모를 지닌 인물이다. 아줌마의 감정이 변하면, 언덕 아랫마을의 날씨가 변하는데 이 아줌마는 전쟁 때문에 남편을 잃고, 사랑하는 아기까지 잃은 슬픈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남자아이 루루 덕분에 아줌마는 무지개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슬픈 사연을 지닌 영혼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넘으로써 아줌마는 자기의 감정만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루루는 확실히 마음속에 여러 가지 날씨를 가득 품고 있어. 벼락도 치게 하고, 눈도 내리게 하고. 조금 전에도 분명히 강아지 때문에 울었잖아. 그게 기분이라는 거야. - p.247
희곡을 책으로 만나보다니, 생소한 느낌이지만 읽다보면 장면 하나하나를 떠울릴 수 있다. 정말 무심한 듯 섬세하고 까칠한 듯 다정한 글을 읽고 있으면 끝없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에세이, 그동안 사노 요코의 다정한 시크함은 수없이 알려졌지만 이 책에서는 그간 접하지 못한 작가님의 미공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는 그렇게 가난했는데도 미래에 대한 확실한 희망과 포부를 품고 있었다. 그런 시대를 살았다.
그 가난은 얼마나 행복한 가난인가. 그리고 세월은 꿈결에 지나 갔고, 우리는 이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