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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평점 :
아이와 그림책을 좋아하는 저자는 서점에 가서 아이와 책을 읽고 아이가 고른 책을 집에 가서 아이 보다 더 부지런히 읽는 책과 절친인 저자이다.
나 역시 결혼전에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위주로 읽었지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거란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딱히 접할 기회도 없었던 것 같다.
웹툰에서 유명해진 만화를 책으로 발간되었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거 외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글들은 한 번 책을 잡고 놓치기가 싫었다.
공감되는 내용도 무척이나 많았고, 나의 건망증인지 작가의 건망증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ㅋㅋㅋ
특히, 양손 가득 장을 보기 위해 자차를 운전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버스를 타고 태연하게 집에 오는 글 속에서는 웃음이 빵빵 터지기까지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나의 얼굴에는 웃음기 없는 늙은 호랭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자글자글한 주름이 살짝 홈피 패일 정도로 박장대소하면서 웃었다.
작가의 글 속에서는 언제나 긍정적, 한 번쯤은 실수해도 괜찮아!라며 나름 자기 위안을 하며
스스로를 잘 달래주고 어루어 만져 주기도 했다.
"그래 괜찮아. 이 우울과 무기력은 별것 아니야. 그냥 심심하고 지루하고 피곤할 뿐이야.
이렇게 따뜻한 햇볕을 놓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p34
어려운 일에 봉착해도 생각하기 나름인가?
나이가 들수록 웃을 일이 안 생기는건지..
웃을 일을 만들지 않는건지..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고 사는지 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인데, 작가의 긍정적 마인드가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아이들에게는 내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내 아이도 엄마가 잔소리 없이 토끼처럼 자기 말을 가만히 경청해주고 얼마가 됐든 기다려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준다면 아이의 사춘기 반항도 잠잠해질까?
때로는 침묵이 답이 될수도 있다.
모든 것에 이유를 찾으며 바쁘고 고단하게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하는지’ 반문하게 하고, 그때그때 좋은 것을 쉽게 받아들일 줄 알며 단순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살수록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가 달라 헉헉거릴 때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끈다.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를 청하고 다독이며 ‘보다 따뜻한 나’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