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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온
조신영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오티움 쿰 디그니타테;
위엄으로 가득한 평온,
배움으로 충일한 휴식”
단숨에 읽었다.
잠이 깬 한밤, 어디가 왜 불편한지 모를 몸을 어쩌지 못하고, 하염없이 글귀를 읽어내려고 했다. 몸의 불편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이야기와 이야기 속 이야기에 빠져든다. 단순한 골격을 가진 이야기지만, 목말랐던 정수였을지도 모르겠다.
복잡하고 자극적인 맛이 아닌 아주 단순하고 담백한 맛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혼의 눈으로 자기 얼굴을 매만지며, 사랑해...라고 할 수 있다면,
죽음만이 진실이었다는 이반 일리치의 깨달음이 허무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연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용서하게 된다면...두려운 상황보다 사랑할 때 불안감이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오늘 옆에서 웃는 아이의 수정같은 눈망울이 7천조의 가치에 버금 간다는 것을 안다면...그 깨달음이 흔들림 없다면 정온은 찾아오는 것인가?
여러 스토리가 오케스트라의 협연처럼 들고 빠진다. 작중에서 고요한이 들으면서 시작하고 박하늘이 숙명처럼 연주하며 끝나는 <콜 니드라이>를 처음으로 들었다. 그 곡이 이어오는 오케스트라와 각종 협연이 읽는 내내 함께였다. 클래식과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을 책장을 덮으며 한다.
“오티움 쿰 디그니타테”
나와 아이들과 고요한 잠에 깃든 사람들에게 몰래 덮어주고 싶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