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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 #장류진작가 #달까지가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다르대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는 대한민국 청년 대다수가 포함될 거예요.
월급만으로는 부족한, 돌파구 없는 삶에서 소비는 계속 되고 회사는 지루하고, 지겹고 그런 고리타분함은 반복 돼요.
마론제과의 비공채 3인의 일상도 그랬죠. 이들 중 한 명인 은상 언니가 요즘 연애보다, 일보다, 다른 관계들 보다 집중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블록체인의 한 가지인 이더리움이에요.
속에서부터 끌어올린 희열과 기쁨이 도저히 감추어지지 않는 것은 천원 대에 시작한 이더리움이 20만원 대를 넘어섰기 때문이죠.
열악한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는 갑갑한 서울살이에 지친 다해도 언니의 이더리움 전도에 응답하여 동승합니다. 20만원 대에 시작한 이더리움이 40만원 대를 찍을 때, 오피스 오퍼레이션이라 직급도 승급도 없는 지송이 합류합니다.
다해가 티켓 값을, 은상 언니가 나머지 모든 비용을 지불하여 제주도 여행을 하던 중에 벌어진 일이지요. 물론 울고불고, 서로 날을 세우며 서로의 삶에 난도질한 이후였지요. 끝없는 하락으로 전환하고 나서 이더리움은 코인 당 200만원을 넘어섭니다. 100이 되면 엑싯하려고 했던 이들은 존버하여 200만원을 찍고 현금화 합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고 언니들은 다 탈출한 이더리움에서 지송은 200에서 기십만원을 더 찍고 엑싯합니다.
은상언니는 33억,
다해는 3억 2천,
지송은 2억 4천을 벌었습니다.
은상은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강남에 꼬마 빌딩을 삽니다. 멋진 외제차를 사고, 부동산에 눈을 돌리죠. 오오라 더욱 답답한 지송은 사표를 쓰고 흑당 밀크티 및 흑당 수입으로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너무 갑갑해서 탈출하고 싶었던 다해는 3억 2천으로 전세를 얻기로 하고 갑자기 괜찮게 여겨지는 회사에 계속 다니기로 합니다. 늘 밑빠진 독에 물 붓는 허탈한 삶이었는데 3억 2천이 밑빠진 독을 메우고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다는 다해의 심경에 설득 되었습니다.
영끌하여 투자했다가 망하면, 죽어버릴 생각이었다는 지송의 절실함을 욕망의 기형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봅니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만연하고, 불합리한 경제 구조가 심화되는 세상에서 어느 한 상황만을 싸잡아 비난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불로소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주식을 하려면 엄청난 공부를 해야한다고, 그러니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에 뾰족하게 반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시대가 이 모양이라 더욱 말하기 어렵습니다. 곽모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다는데 그보다 더한 불로소득이 어디 있겠냐 싶고, 권 모 전 판사는 고문 역할만으로 매달 1500만원을 받았다고하니 블록체인으로,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한 바탕 삶의 궤도를 바꿔보겠다는 욕망(?)을 어떻게 탓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삶의 지대가 바뀌는 일. 이거…비트코인 등의 힘을 입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나에게 3억이 생긴다면…” 이런 상상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는데, 그런 상상이 간절한 세태가 슬퍼져 옵니다.
그 와중에, “우리 같은 사람”들을 이끌고 삶의 지대를 드높인 은상 언니가 멋있어 보입니다. 고속 도로 위를 달리는 세 대의 차가 각자의 창문을 열고 “사랑해!”를 외치는 장면에서 복잡한 마음이 됩니다.
응원할 수 없는지 모르겠고, 응원해야하는지 모르겠고, 그런데 이미 어느 지점에서는 응원하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