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노벨상 수상작가 미스트랄의 클래식 그림책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지음, 김정하 옮김, 베르나르디타 오헤다 그림 / 풀빛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신데랄라」이왕 꾸는 꿈 환상적으로

 


 

 

 

신데렐라 -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지음, 김정하 옮김, 베르나르디타 오헤다 그림/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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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꾸는 꿈 환상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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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미 옛날 이야기였으니 신데렐라라는 소스가 얼마나 역사가 깊은지 짐작이 간다. 신데렐라가 단지 구박 받던 예쁘고 착한 아가씨가 파티에 갔다가 돈 많은 남자 물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라는 이야기였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이 사랑하지 않았다. 이름마저 재투성이가 돼 가면서1 갖은 구박을 당하다가 호박 마차로 변한 마법처럼 인생의 반전을 겪고 12시의 종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유리구두를 통해 완성되는 묘사는 신데렐라라는 스토리에 좋은 조미료가 된다.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신데렐라」라는 제목을 지은 주장에서부터 신데렐라는 그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한 이야기보다는 어떤 표현으로 이야기를 꾸미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사실을 나타낸다. 그림책은 필연적으로 아이들에게 환상적인 꿈을 꾸게 하고 아름다운 상상을 가꾸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 작가의'라는 입증된 타이틀은 더욱 빛을 본다.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더욱 좋은 꿈을 꾸게 하고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재미를 주기 위한 좋은 선택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신데렐라」는 노벨상 수상 작가가 썼다는 장점 말고도 북디자인이나 그림에서도 장점이 보인다. 골판지 두 겹이 그림책을 감싸고 있는 형태의  북디자인과,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의 표정, 쓸쓸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배경 그림들은 몰입도를 한층 끌어 올리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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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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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가 부뚜막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저 멀리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과 아득한 그림자로 남아있는 배경의 산, 신데렐라를 둘러 싸고 있는 하얗게 텅 빈 나무들과 타닥타닥 튀어 오르는 불꽃, 네 마리의 생쥐들은 고요하고 쓸쓸한 신데렐라의 감정이 잘 표현됐다.

 마치 우리나라의 장승처럼 손을 뻗친 괴기한 나무가지들 또한 백미! 

 

 

 

신데렐라가 왕자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 배경으로 그려진 여러 개의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들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훌륭한 묘사다. 한 가지 색상이 아닌, 형형색색의 시계들은 지루한 시간의 정반대되는 즐거운 시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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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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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새카만 숯의 딸이에요. 새까만 재들이 제 마음속 깊은 곳까지 온통 뒤덮고 있는걸요."  P. 11

  

 파도처럼 사람들이 줄을 맞춰 춤추고 있었어요.  P. 14

 

 두 사람은 두 개의 불꽃처럼 사뿐사뿐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춤을 추었어요.  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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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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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이어지는 작품 해설은 신데렐라의 배경들이 담고 있는 흥미로운 지식들을 알려준다. 왕자가 무도회를 두 번 열었던 이유가 바로크 미학과 상응한다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와 신데렐라가 '재투성이'가 되어야만 했던 기독교적인 이유, 신하들의 수를 '40'으로 구체화시킨 함축적인 묘사의 설명 등이 나온다. 
 이 작품 해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졌기 보다는 신데렐라라는 단순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 또 다른 작품성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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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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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자가 신데렐라의 내면에 반하는 암시가 없는 이야기는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조장한다고 느껴진다.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착실하게 맡은 일을 열심히 수행해내는 생활을 왕자는 모른다. 신데렐라가 언니들과의 입장이 바뀐 채로 외모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왕자는 그 구두를 찾아 해맺을지도 모른다. 또한 신데렐라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거나 내면적인 성숙을 통해 용기를 얻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요정 대모의 도움을 받아 무도회장에 참석하게 된다. 이는 판타지 소설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는 '3자해결' 이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신데렐라가 이같은 구성을 가지는 건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하느님의 은총을 바라던 사회배경이 큰 영향을 주었다(작품 해설을 보면 나온다). 하지만 역시 불만이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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