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이 이긴다
모기룡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착함에 대한 새로운 감성 도덕



 

 

착함에 대한 새로운 감성 도덕

지금 도덕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착한 사람은 바보 취급 당하기 십상이고 감성적인 행동은 나쁘며 이성적인 행동이 옳은 행동으로 여긴다.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들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결과와 행위만으로 결정 되어 지곤 한다.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으로 말이다. 오죽하면 1등(결과)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머까지 나왔겠는가.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의 저자 모기룡은 재밌는 예를 하나 보여준다. 어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 때문에 국내 여론이 들끓었던 일이었다. 그 글에 따르면 A씨는 9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대형서점의 식당코너에 갔다가 물을 뜨러 간 아이 얼굴에 된장국물을 쏟아져 아이가 큰 화상을 입었고 된장국물을 쏟은 중년여성 B씨는 자신도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글을 읽은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했지만 얼마 후 반전이 일어났다. 현장의 CCTV가 공개 됐고, 그 일은 중년 여성의 잘못보다는 아이의 부주의함이 만들어낸 사고였다.

당신은 이 사건의 결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가? 그리고 의도를 알게 됐을 때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이게 바로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 에서 지적하는, 의도와 성품의 중요성이 너무 소외 받고 있는 지금의 도덕이다.

 

우리는 아이가 화상을 입었다는 결과를 먼저 보았다. 결과를 유발한 가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에게 모든 비난을 퍼부었다. (중략)

결과만 봤을 때는 B씨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비난했지만 의도와 동기를 파악하고 내막을 알게 된 후에는 비난을 멈추었다. 도덕적 판단을 할 때에는 '결과'와 '행위'외에 '의도(동기)'도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 추가해서 그 사람의 '성품'도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근대 이후 현재까지 우리 사회는 결과와 행위에만 집중하는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P. 25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는 기존의 우리가 생각했던 '착함'과 '도덕'을 철저히 뒤집고 있다. 그리고 근대 도덕을 지배하고 있었던 칸트의 의무론과 밴덤의 공리주의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대한민국 서점을 휩쓸었던 「정의는 무엇인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리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동의했을 것이다. 나는 「정의는 무엇인가」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적당히 읽다 책장에 꽂아뒀지만 공리주의가 지향하는 바는 알고 있다. 공리주의와 의무론에 따르면 그 사람이 어떤 의도나 동기를 품고 있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기여하는 결과라면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자신의 이미지나 명성을 올리기 위한 흑심을 품고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더라도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길가에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의무에 따라 휴지통을 찾는다. 마치 정해진 메뉴얼대로 살아가는 기계같지 않은가? 감정을 숨긴 채 행동하는 비인간적인 사람이 사회에서 바라는 도덕적인 인간이라니 정말 웃긴 일이다.

가끔 미래를 배경으로한 SF영화를 보면 감정을 통제 당한 채 모든 일에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사회가 구현되어 있다. 우리는 그런 영화를 보며 생리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공리주의와 의무론에 이끌려 그런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도덕적인 사람이라 착각하며 말이다.

 

행동을 중시하는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도덕이 그 사람 자체, 즉 행위자와 분리되어 있다. 내면은 텅 비어 있어도 단지 기계적으로 법칙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행위자는 마치 컴퓨터나 기계 같다. 그래도 그는 완벽하게 도덕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P. 63

 

최근 학자들 사이에선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며 새로운 해답으로 덕윤리를 내보이고 있다. 덕윤리는 결과와 행위보다는 의도나 동기, 품성을 판단하고 그것을 기르는 자기계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덕윤리는 '훌륭함'을 '착함(선함)'과 동일시한다. 남들에게 칭찬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고, 이성적인 행동이나 생각보다는 직관과 감성을 중요시한다. 덕은 개인의 내면에 담겨 있는 그 사람의 일부분이고, 한 사람의 성격과 개성, 육체와 지속적이고 습관적으로 함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게 곧 우리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공리주의와 의무론이 틀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다수 최대행복, 이성적인 선택과 판단을 주장한 이들의 삶과 덕을 중요시한 사람의 삶을 비교한다면 확실히 매력적인 삶의 답은 나와있다.

 

공리주의의 벤담은 친구가 거의 없었고 평생을 은둔자처럼 살았다고 한다. 그는 대인기피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주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돼지, 쥐와 같은 동물이었다. 그는 동물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었으며 고양이 한 마리에게는 '랭본 경'이라는 기사 작위까지 부여했다. 심지어 주방용품이나 가재도구에도 '톰' '존'과 같은 사람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반면에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한 존 스튜어트 밀은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자폐증과 거리가 멀었던 밀은 벤담을 보고 '비인간적인 사람'이라고 경멸했다고 한다. 밀은 이성만으로 따지는 순수한 공리주의자가 아니다. 밀의 질적 공리주의는 이성에 감성과 주관성이 추가된 복합적인 이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의무론을 주장한 칸트는 어땠을까? 그도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일정한 삶의 규칙을 따랐다. 날씨에 관계없이 매일 오후 3시 30분에 정확하게 산책을 나오는 습관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그가 산책 나오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도 있다.

P. 146

 

우리가 앞으로 덕윤리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제3의 물결' 이후의 세상을 감성이라고 말했다.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앞으로의 물결을 내다보는 안목은 인생이라는 항해에 극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제4의 물결은 우리 삶 근처에 다가왔다. 이미 우리와 친근한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의 직관과 감성적 능력이 그렇고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이 그렇다. 가요계를 한바탕 휩쓸고 있는 오디션 프로의 감성적인 이야기, 내면의 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제4의 물결은 밀물처럼 눈 깜짝할 새 다가올 것이다. 때를 놓치면 허우적 거릴 것이고 알아둔다면 즐거운 물놀이가 될 것이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이성적 교류가 아닌 감성적 교류를 바라는 독자가 있다면 덕윤리에 대한 독서는 곧 행복이 될 수 있다.

 

다니엘 핑크는 미래 사회에서의 필수적 재능을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성적인 재능이 더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이성과 대비되고 감성에 가까운 재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P.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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