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화, 그러니까 백 살치고 세련된 내 이름은 본래 언니 것이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몇 달 뒤 죽었다는 언니, 서연화. - P21

내가 알 리도 없지만 대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진이라면 대뜸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할머니? 하고 물었겠지. 나이가 들면 묻지 않아도 짐작되는 일들이 있다. 
- P23

일본군들이 동네 소녀들을 잡아가고 있었다. 순덕이와 정순이도 하룻밤 사이 사라졌다. 아버지가 식도 올리지않은 채 후지타 방에 들여보냈다는 얘기를 들려주면 진은 뭐라고 할까.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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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북플기간 안되어 못올린 좋은구절 한번에..

이 세상은 알 수 없는 은유로 가득해
10 (오래된 영화)

어둠 속에서 이야기는 생겨나고
종이 한장의 무게란
거의 눈송이 하나만큼의 무게이겠으나
13 (밤이 검은 건)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무겁다지만
이야기를 품은 인간의 무게만 할까
14 (밤이 검은 건)

이제는 작은 것을 말하고 싶어요
20 (꽃 없는 묘비. 우크라이나에게)

그런데 이상하게 감동적인 거 말고
정직하게 좋은 시
쓰고 싶었는데요
31 (희망이 시간을 시간이 미래를)

내가 포착한 에리카와
그 포착을 빠져나가는 에리카 사이
39 (에리카라는 이름의 나라)

세상이 흔들리는데 우리도 같이 흔들려서 세상이 똑바로
보이는거라고
42 (한강)

하늘에 이를 대고 올려다보면
세상이 거꾸로 쏟아지는 느낌이야
50 (그레텔과 그레털)

세상은 계속 복잡하고 어지러울 거란다
그렇다고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니란다
55 (넓어지는 세계)

너는 내 손을 잡고 문득 흔들었지
우리가 각자 삶의 외로운
구경꾼이자 싸움꾼이었을 때
64 (우연한 열매)

미완성의식사
불협화음의 목소리
끝나지 않는 서사를 사랑하리
71 (우리는 베를린에서)

어째서 신은
텅 빈새장을 이렇게나 많이 걸어두었을까
81 (키키 스미스, 일요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선 한줌의 어둠, 약간의 슬
픔이 필요해
86 (둥근 탁자)

창가에 매달려 있는 여자는 사실
비내린 거리를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자기의 전 생애를 발끝에 걸어보고 있는 거야
91 (밤은 신의 놀이)

우리는 알지
마음이 얼마나 연약한가에 대해
101 (다 먹은 옥수수와 말랑말랑한 마음 같은 것)

액자 속에는 이제 사라진 빙하와
지나간 풍요와 낙관의 시대,
완전히 변해버린 우리 자신이 있고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고 있지.
106 (천사와 악마)

무엇도 먹히려고 있는 것은 아닐 텐데
무엇이든 먹어서 우리는 살아 있고
116 (미래의 콩)

슬픔이란 아이러니한 장르야. 책방에 불을켠 우리는 슬
픔을 촛농과 웃음으로 녹이기를 반복하지.
122 (이야기 백화점)

세상의 불행은
불운한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세상은 불의로 인해 굴러가지
137 (호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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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가계속해서 커지고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관리인인 도미칸이곧잘 하는 말이고, 어린 나이에 일나가 푼돈을 벌고 있는 다이치가 실감하는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 P145

도가네의 ‘일상‘이나 ‘보통‘은 에도 거리의 잣대로는 ‘가난‘이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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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희는 자기가 흥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시아버지 중심의 가부장 체제를 벗어나자 서로의 특성이 더잘 보였다. 웅이는 집안의 남자 어른이었으나 그다지 가부장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 P39

슬아는 모부가 거쳐온 지난한 노동의 역사를 지켜보며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란 노동을 감당하는 이들이었다. 어떤 어른들은 많이 일하는데도 조금 벌었다. 복희와 웅이처럼 말이다. 가세를 일으키고자 하는 열망이 슬아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 P39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않는다. 슬아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 P40

마당엔 길고양이 세 분이 상주한다. 그들은 자유로운 신분이지만 하루에 한 번씩 웅이가 주는 사료를 얻어먹으러 행차하곤 한다. 
- P44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에요."
한숨을 쉰 뒤 덧붙인다.
"더러움을 참을 줄 알게 된다는 거예요."
- P45

"살다보니까 알게 됐어."
그 말은 다사다난한 노동의 역사를 품고 있다. 
- P51

복희도 슬아도 웅이 자신마저도 잊고 지내지만 말이다. 문예창작과 학부생으로서의 한 학기와 만능 노동자로서의 삼십 년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P51

웅이가 훌훌 떠나보낸 문학을 슬아는 힘껏 붙들고 있다. 슬아를 모시는 게 어쩌면 문학을 간접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웅이는 생각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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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한번 쉴 사이에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봄날의 아침 해가 시시각각 환해지며 이제 막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벚꽃을 비추고 있었다.
쇼노스케는 그 모습에 반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 P68

"내홍이라는 것은 말이다, 쇼노스케." 도코쿠는 큰 얼굴을 더 가까이 갖다 대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우리 무사들만 하는 것이 아니야. 상가에서도 있는 일이지."
- P89

글에서 사람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쇼노스케, 사람이 타인을 완전히 위장할 수 없듯이 글도 타인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어. 그러니 저 문서는 내가 쓴 것이 틀림없다. 허나 나는 쓴 기억이 없구나.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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