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익숙한 공간으로부터 나를 떼어내어 낯선 공간에 던져넣는 일은 두렵지만,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익히고 싶다. 나누고 싶은 책은 여전히 너무나많다.
- P50

어제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에서 시의적절한표현을 만났어요. 악곡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알레그로 마 농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는 ‘빠르게 그러나 적당히‘라는표현입니다. 
- P70

알레그로 마농트로포, 빠르게 그러나 적당히. 남은 집짓기 여정에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저만의 주문입니다. 적당히 빠른 한 걸음 한 걸음을 부단히 내딛다 보면 언젠가 책방 문을 열게 되지 않을까요?
- P71

관심과 사랑이 결속감을 키운다. 결속에서 오는 안정감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형태의 관심과 사랑, 세상을 향한 다정함을 낳는다. 웅덩이에 일어난 작은 파문처럼, 그 다정한 마음이 전달되고 또 전달되며 정적인 공간에 활력이 돈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공존, 책으로 엮인 마음으로 작은 책방이 따뜻하게 물들어 간다.
- P99

오늘치 아픔을 마주하면서도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 P101

그런데 시집 안에서 은유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는 시어로 낯설게 읽으면서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눈처럼 새하얀 시집에서 낯선 비유를 마주할 때마다 살며시 눈을 감았다. 하우게의 시를 읽으면 흐렸던 눈이 맑게 개었다.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헤아림의 끝에서 나의 마음과 자주 만나곤 했다. 
- P113

독립 출판은 ‘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동력이자 역량이라는 걸 배웠다. 책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은아무것도 몰라도 누군가에게 물어보며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와 부딪혀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실행력‘을낳았다. 완벽하고 싶은 미래의 결과를 위해 오늘을 망설이고 내일로 미루는 순간, 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보다 만들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든 결과를 예측하며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는 ‘그냥‘의 힘은 중요하다.
- P153

《자기만의 일》의 저자 니시무라 요시아키는 말했다. 새로운 일에 쓰이는 새로운 방법, 그 방법의 최초의 모습은 바로
‘실패‘라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를 통해 배움은 쌓인다. 새롭게 얻은 경험을 발판 삼아 시도하는 일은 발전할 가능성을 얻는다.
- P217

개인적으로 사들이는 책이 늘어나는 속도와 완독하는 책이 쌓여가는 속도가 비례해 본 적이 없다.
- P226

최소 2년, 길게는 5년 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내 기억력의한계에 놀라며 처음 만난 것처럼 읽는다. 하나씩 떨어뜨린 조약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내가 남긴 흔적을 쫓아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다. ‘다시 읽기‘
는 우리가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자 독서 생활의 중간 점검 의식과 같다. - P231

6년째 일일 책 판매량에 일희일비하는 나약한 존재에게 그들이 공유하는 기록은 공간의 항상성을 지켜주는버팀목이다. 애정 어린 부름에 책방을 지키는 시간이 흘려보내는 ‘크로노스‘에서 의미가 담긴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거듭난다.
- P237

가족을 돌보는 틈틈이 작품의 언어를 매만지고 다듬어 차곡차곡 쌓은 시간을 짐작해 본다.
- P252

《소설처럼》에서 다니엘 페나크는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라고 말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듯 보이는 빠듯한 일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틈새 시간은 있기 마련이다.
핵심은 결심이다.
- P2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용인문화머뭄으로 드바로크에서 진행한 바로크 새싹, 독서모임. 이 모임을 신청했는데, 신청하고 보니 감사하게도 낭독하고 나누는 책이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의 책이었다. 그러나 정작 모임에는 코로나 양성으로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 같은 공간에 있지 않지만, 똑같이 모임에서 하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구절 몇 개와 이유를 적어 보았다. 그리고 낭독은 이 글을 업로드까지 한 후 해볼 예정. (오늘로 코로나 자가 격리 6일차)


🍉 구절 1
우리는 글쓰기의 속성 중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이 부드러운 체력이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7p (프롤로그)

선택 이유: 책 중간 75쪽 ‘간식과 잡담‘에도 있지만 글쓰기는 여간 귀찮은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공저를 포함한 책 몇 권을 냈음에도,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책을 읽는 것 혹은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는 게 더 즐겁다. 그럼에도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책을 읽자마자 프롤로그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 구절 2
너의 주저함을 너무 좋아한다는말을 꼭 하고 싶었어. 주저하고 눈치를 살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이 있잖아. 열심히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너의 글쓰기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해왔는데, 그것도 알고 있니? 내가 거의 올해의 문장으로 뽑고 싶을 만한 것을 너는 썼지. ˝우리는 꼭 마지막이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너는너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천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92p (여수 아이들에게 쓴 편지)

이유: . ˝우리는 꼭 마지막이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이 문장이 좋았다. 꼭 잘 된 결말이 확정되어야만 그 과정을 즐겁게 누릴 수가 있는 건 아니니까.


🍉 구절 3. 142~143쪽 중간 발췌
우리는 예능이나 드라마나 영화나 유튜브 영상 클립 등을 통해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극적인 비극을 본 뒤에도 대체로 별 탈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숱한 미디어콘텐츠가 주는 카타르시스 기능은 어제의 내가 변함없이 오늘의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화 역할을 한다. 라캉은 이런 안정화를 비난했다. 안정화란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고착시키는 부정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에서는 그걸 ‘살균된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진정한 슬픔과 분노는 우리의 존재를 뒤흔든다. 원래 자리한 위치에서 떨어져나가게 하고 방황의 여정을 시작하게 한다. 
142p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무엇을보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수업에서 나온다.
143p
(쉬운 감동, 어려운 흔들림)

이유: ‘살균된 슬픔‘에서 많이 죄책감을 느꼈다. 나 역시 내 삶이 흔들리지 않을 걸 확신하고 쉬운 슬픔과 감동을 경험하지 않았나.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을 쓰며 직면하는 능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다시 피어올랐다. 매일 글을 짧게라도 쓰지만, 어느 순간 즐거움 보다는 부담으로 느낄때가 더 많다. 잘 써야 하는 글에 대한 테두리를 스스로 지운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글을 써도 되는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도 나는 내일 또 경직된 글쓰기에 함몰될지도 모르겠다. 그럴때엔 생각을 하려하지 말고 이 책의 구절들을 다시 낭독할 수 있기를. 나에게 전하는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그리움에 대한 기록
손종만 (지은이), 에세이, 2024-11-20, 28쪽 #독립출판

🎐 작가의 경험과 추억을 담은 열 세편의 그리운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짧은 에세이. 부모님, 반려동물, 추억이 있던 나라와 장소, 힘이 되어주던 사람들, 떠나보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짧지만 여운 있게 담았다. 종만 작가님의 글을 많이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번 글 역시 세련되진 않지만, 오랜만에 소식을 듣는 친구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있다. 예민하고 섬세한, 그리고 거기에 그리움이 가득 찬.

🎐 문장과 구절에서 글쓴이 자신의 꿈과 삶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읽는다. 그리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내용을 읽으며, 역시 세상은 이유 없는 적의도 있으나 이유 없는 친절과 베풂도 공존하는 걸 목격한다. 열두 번째 그리움 편의점 사장님, 점장님 편에서는 법원까지 가게 된 일을 읽으며 어려움도 허탈함도 얼마나 많았을까 싶다. 자세히 설명되진 않았지만, 모아둔 학교 등록금까지 벌금으로 납부한 사건은 글쓴이가 분명 기억조차 하기 싫을 텐데 이곳에서도 잊지 못할 그리움을 말한다.

🎐 책을 읽으며 미안함으로 가득한 또또와 또순이, 아롱이, 마당이를 생각했다. 그저 그리움으로 남는 존재들. 무지개다리를 건너야 하는 건 종을 가리지 않고 살아있는 자들이 맞이해야 할 숙명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내가 지켜주지 못한 큰 잘못들이 각각 존재한다. 글을 읽는 동안 나 고마웠지만 끊어진 그리움들도 떠올랐다. 나의 그리움들도 글로 담아보고 싶어졌다.

🎐 지금의 장소와 인연도 언젠가는 그리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고 좋은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책과 함께 담긴 A4용지의 작가의 편지에는 독자님의 마음속 그리움이 되어버린 지난 시간을 떠올리길 간절히 바란다는 마지막 구절이 있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감사하고 미안한 추억이 그리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책은 전반적으로 생물은 결국 유전자의 자기 복제와 생존을 위한 방식을 채택한다고 설명한다. 이 말이 상당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나‘라는 한 영혼, 자아가 아닌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고작 유전자 운반자라는 것도 불편했고, 과연 생물의 제일 큰 의미가 생존이라는 것도 불만스러웠다. 그러기엔 우리는 이타적인 목적을 가지기도 하고 협력하며 행동할 때도 많지 않은가. 일차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 보통 이타적인 것은 좋은 것, 이기적인 것은 나쁜 것이라고 여긴다. 지금은 바뀐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의 조직에서는 자신이 희생해서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런 이타적인 마음도 사실 자신의 공동체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기심이 함께 한다. 이 이기심을 나쁜 것으로 분류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해진다. 개체 간 복잡한 관계와 심리적 구조 속에서, 이타심은 좋은 것이고 이기심은 나쁜 것이라고 100% 일대일로 연결 짓는 건 어렵다.

🧬 인류 자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인간끼리 돕는 이타심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초기 인류에게 이타심이 없었다면 절멸했을 것 같다. 사회성과 집단지성을 발휘한 배경에는 거꾸로 살아남기 위한 이기심이 있었을지도. 그렇게 보면 이타심과 이기심이 마냥 반대되는 게 아닌 동전의 앞뒷면 같다. 계속 이기심, 이타심을 물고 늘어지는 건 내가 다른 챕터에 대해 읽고도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5년전에도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으나, 글자를 읽었을 뿐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암이나 치매같이 예전에 없던 병이 생긴 건, 유전자가 인류 전체라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 도태되는 사람을 없애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음, 너무 나갔다. 우리가 유전자의 복제, 보존을 위한 운반자 정도라면 삶에 의미를 잃을 것 같다. 다시 1장으로 되돌아가 고민해본다.
생명에는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유전자만 남기고 모든 것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로 되묻고 싶다. 안되겠다. 3독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시에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는 사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심지어 충돌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이 사랑의 복합성이라고 느낀다. 이 동시다발적인 복잡함에 대해 말하는 게 문학일지도 모르겠다.
- P2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