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문화머뭄으로 드바로크에서 진행한 바로크 새싹, 독서모임. 이 모임을 신청했는데, 신청하고 보니 감사하게도 낭독하고 나누는 책이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의 책이었다. 그러나 정작 모임에는 코로나 양성으로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 같은 공간에 있지 않지만, 똑같이 모임에서 하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구절 몇 개와 이유를 적어 보았다. 그리고 낭독은 이 글을 업로드까지 한 후 해볼 예정. (오늘로 코로나 자가 격리 6일차)


🍉 구절 1
우리는 글쓰기의 속성 중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이 부드러운 체력이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7p (프롤로그)

선택 이유: 책 중간 75쪽 ‘간식과 잡담‘에도 있지만 글쓰기는 여간 귀찮은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공저를 포함한 책 몇 권을 냈음에도,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책을 읽는 것 혹은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는 게 더 즐겁다. 그럼에도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책을 읽자마자 프롤로그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 구절 2
너의 주저함을 너무 좋아한다는말을 꼭 하고 싶었어. 주저하고 눈치를 살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이 있잖아. 열심히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너의 글쓰기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해왔는데, 그것도 알고 있니? 내가 거의 올해의 문장으로 뽑고 싶을 만한 것을 너는 썼지. ˝우리는 꼭 마지막이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너는너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천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92p (여수 아이들에게 쓴 편지)

이유: . ˝우리는 꼭 마지막이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이 문장이 좋았다. 꼭 잘 된 결말이 확정되어야만 그 과정을 즐겁게 누릴 수가 있는 건 아니니까.


🍉 구절 3. 142~143쪽 중간 발췌
우리는 예능이나 드라마나 영화나 유튜브 영상 클립 등을 통해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극적인 비극을 본 뒤에도 대체로 별 탈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숱한 미디어콘텐츠가 주는 카타르시스 기능은 어제의 내가 변함없이 오늘의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화 역할을 한다. 라캉은 이런 안정화를 비난했다. 안정화란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고착시키는 부정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에서는 그걸 ‘살균된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진정한 슬픔과 분노는 우리의 존재를 뒤흔든다. 원래 자리한 위치에서 떨어져나가게 하고 방황의 여정을 시작하게 한다. 
142p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무엇을보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수업에서 나온다.
143p
(쉬운 감동, 어려운 흔들림)

이유: ‘살균된 슬픔‘에서 많이 죄책감을 느꼈다. 나 역시 내 삶이 흔들리지 않을 걸 확신하고 쉬운 슬픔과 감동을 경험하지 않았나.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을 쓰며 직면하는 능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다시 피어올랐다. 매일 글을 짧게라도 쓰지만, 어느 순간 즐거움 보다는 부담으로 느낄때가 더 많다. 잘 써야 하는 글에 대한 테두리를 스스로 지운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글을 써도 되는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도 나는 내일 또 경직된 글쓰기에 함몰될지도 모르겠다. 그럴때엔 생각을 하려하지 말고 이 책의 구절들을 다시 낭독할 수 있기를. 나에게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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