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월 1독, 2026년 6월 재독.
오늘 책장을 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분명 재작년 친구에게 빌려 읽은 책인데. 그랬다. 나는 이 가볍고도 무거운 하루키 에세이를 먹튀한 것이었다. 당시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인데 우리끼리 말이 많았다. 마침, 빌려준 그 친구를 내일 다시 만나기에 찬찬히 책을 다시 읽었다. 이전 독 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전쟁을 일으킨 자가 피해자인 척 느껴지는 문단과 문장들이 불편했다. 이번에 재독하니 한 개인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운명이 갈릴 수 있는지 단순하게 담담하게 풀어 놓은 것처럼 느껴져 조금은 이해가 갔다.

🐈 일러스트가 있고 글이 짧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오래전에 읽고 나와는 결이 많이 다르구나 싶어 못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꼭 다른 인격이 쓴 것처럼 편안하다. 사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유명한 몇 권 외에 많이 읽어 보진 못했는데 오늘 책을 읽고 나니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루키는 이 책을 사적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개인적인 문장이 일반 독자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88p) 독자인 나는 이런 사적인 부분에 움직이는 성향이란 걸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에세이를 전혀 읽지 않았는데,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에세이를 읽으면서 누군가의 사적인 것을 읽었을 때 공감이 드는 게 반가웠다.

🐈 앞 문단에서 쓴 것처럼 한일 간의 역사가 있기에 전쟁에 관한 내용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전쟁을 싫어하거나 평화주의자의 모습에 (하루키의 실제 성향은 모른다) 오히려 감히 네가, 같은 감정. 그러나 그런 면을 내려놓는다면 잔잔한 기록들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그랬다. 참 심심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점점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느려도 너무 느린 예전 얘기를, 심지어 극적인 갈등 같은 게 없이 읽는 것 자체가 평화롭게 느껴졌다. 아주 문학적인 분량이 긴 ‘샘터‘나 ‘좋은 생각‘의 과거 본을 읽는 평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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