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흥미롭게도 세 명의 작가가 같은 키워드로 각자의 소설을 쓰며 비슷한 듯 다른 독립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며 연결된다. 제목과 다르게 세 편 모두 얼핏 생각하면 흔히 말하는 봄이 느낌이 없다. 약간 싸하고, 살짝 피곤한 관계인 듯 하기도 하고, 조금은 우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분명 위로나 따뜻함과는 결이 다른데, <봄이 오면 녹는>이란 전체 제목은 다 읽고 나면 이게 맞다 싶기도 하다. 얼어 있다가 녹을 수도 있는 그런 어떤 것.

🍓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공감이 간 책이었었다. 고백하자면... 요즘 계속해서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손절까진 아니지만 아름다운 거리 두기를 생각했었다. 어떤 인연은 시간이 계속 쌓이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잘 것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날은 언제나 그렇듯 울적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불편했다. 동시에 마음이 갔다. 책을 읽으며 책방지기님이 이 책을 선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렇게 짜증나면서 마음이 가다니. 싫기도 좋기도 했다.

🍓 세 편 모두 키워드는 손절. 그렇지만 봄이 오면 녹는, 이란 제목은 어울리는. 얼어붙고 녹아내리니. 그게 따뜻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절이란 단어는 우울하면서도 단호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어쩌면 내 자신이 단단해지기 위해 아픔을 받아들이는 슬픈 결심이라고나 할까. 과거엔 많이 쓰지 않은 단어였는데 최근 십 몇 년 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만큼 지금 사회는 관계에 피곤하고 힘들어진 걸까.

🍓 잠시 생각한 것들. 냥냥냥과 냥냥냥 중 누가 더 불행할까? 친하면 선의일까? 어떤 이유로 작가의 다른 책들을 난 보고 싶은걸까? 과거의 기억이 놓아주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할까? 미진이 종선을 손절한 이유와 예슬이 그 둘을 손절 안 하는 이유. 우리는 알아야 할 일은 모르고, 몰라도 되는 일은 많이 아는 걸까? 친하다는 건 어떤 의미? 그 시절의 잘못을 되돌릴 수 있을까? 시간은 약일까? 종희는 일영의 저주를 알아차렸을까? 내가 겪은 두 사람의 시차는? 사소한 악의, 그 경험.

🍓 코멘터리까지 읽고나니 완독 후 받은 느낌은 이 세 편의 소설들을 다시, 즉시, 바로 읽고 싶다는 것. 그래야 될 것 같았다. 내가 이 얽힘들을 놓치고 읽었던 건 없었을까 싶었다. 뭔가 사건을 복기하고 싶은 탐정처럼. 그러나 다시 읽지는 않았다. 내년 정도 다시 읽어보기로. 이 세편의 얽힘은 ‘얽힘‘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얽힘 시리즈를 계속 탐독해야겠다는 다짐 같은 욕심이 들었다. 그리고 작가의 다른 책들도. 어쩌면 코멘터리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였고, 여운이 가득한 채로 결말을 미처 못 본 아쉬움 비슷한 마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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