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그림도 천연색인데 제목도 환경과 여행인가 싶어 읽었다. 아기자기한 그림은 아니었다. 길쭉하고. 그래도 숨 쉴수 있는 초록이 많았다. 작년 늦 봄 선재길을 추천 받았다. 곧 여름이 와 못가고, 가을은 바빴고, 지금 겨울은 위험하다. 주말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평일 아침에 가야 오롯이 숲과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강원도로 당일 갔다가 돌아오려면 어차피 평일 아침 출발해야 했다. 가본적도 없는 선재길을 떠올리며 읽었다.
🏕 루프스의 숲은 내가 떠올린 선재길과는 달리 깊디 깊고, 산책이라기 보다 야영이었다. 그렇지만 숲은 여전히 쉬고, 생각을 비우고, 다시 힘을 채우는 곳이었다. 숲으로 가는 길 또한 그곳이 바로 집 밖이든 차 안이든 어디든, 이미 숲이다. 정리를 하다 보니 내가 왜 이 책을 즉홍적으로 읽었는 지 알겠다. 요즘 더 물소리가 듣고 싶어 유튜브 음악으로 틀어놓다가, 일단 다이소에서 이천원 수반과 수반 안에 까는 돌을 샀다. 물만 받았다. 이 년 전 사천원 주고 산 아이비가 너무 커져 화분갈이는 엄두를 못 내고 일부 줄기를 잘라 씻은 양파절임 유리병에 담았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 이번 주 집안에 있던 스킨답서스를 수반에 넣고, 3월 집 안에서 숲과 물을 봐야겠다. 얼음이 더 얼면 물은 흐르고 오리는 헤엄칠까. 사실 얼음도 고맙다. 나는 무해하고 무위한 곳에서 멍과 쉼을 하고 싶었구나. 백수가 과로한다고, 하나씩 필요하면 정리를 해야겠다. 그리고 몸이좀 괜찮아지는 4월이면 선재길을 가야겠다. 숲으로 간 차냥, 이 이야기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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