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왜 자꾸 아플까, 아프니까 사랑이겠지 생각하다가 당신도 오늘의 나는 처음이겠구나 생각을 고쳐봅니다. 그러니까 이건 새로운 사랑이야. 그리고 오늘은 새로운 하루. - P24
매일 밤 일기를 썼다. 문장으로 나를 헐뜯고 파도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파도의 빛, 파도의 유려함. 파도의 기품. 파도의 뒷모습. 나의 초라함. 보잘것없음. 나를 포박하는 짙은 우울. 복잡하고 아득한 감정을 돌에 새기듯 썼다. 유사한 문장은쌓이고 쌓여 어떤 감각이 되었고 판화처럼 내면에 남아버렸다. - P29
내 속의 너무 많은 내가 ‘별일 아닌 것‘으로 넘겨버린 일을 누군가는 신기하게도 기억한다. 아무리 살아봐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듯 살아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일들이 있다. 삶은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서 동시에 존재하는 커다란 직소퍼즐이다. 지금 겪는 일의 의미를 나는 아직 모른다. 언젠가 이 일과이어지는 퍼즐이 나타날 것이다. 의미는 채워지고 해석은 달라질 것이다.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어질 수 있다. 기억한다면, 기다린다면, 섣불리 버리거나 봉인하지 않는다면. - P36
그러므로 4월은 슬프고 몇 년 전 이맘때 알아버렸습니다. 봄은 내게 ‘아름답다‘에서 ‘아름답지만은 않다‘로 기울었고언젠가는 봄의 아름다움 자체에 무심해질 날이 오리라는 것. - P54
나는 미움을 미뤘습니다. 더 사랑하기 위해서요. - P56
기다리던 계절인가요. 실컷 울어도 좋겠습니다. - P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