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현관 안으로 들어서며 결심을 뇌 깊숙한 곳에서 꺼내듯 하여 그것을 확인하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속임수일 경우, 조용히 무시하고 떠날 것. 사실일 경우, 예의를 지킬 것‘. - P368
브론스키는 일어나 구부정한 자세로 흘깃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압도되었다. 그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것이 자신의 세계관으로는 아예 도달할 수도 없는 지고한 무언가라고 느꼈다. - P377
남편은 슬픔 속에서도 관대한 데 반해, 자신은 기만 속에서 비열하고 보잘것없이 보였다. 그러나 자신이 부당하게 경멸했던 사람 앞에서 느끼는 자신의 비열함에 대한 자각은 그의 슬픔에서 작은 일부만을 차지했다. - P379
그는 병든 아내의 침대 옆에서 난생 처음으로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부드러운 연민에 자신을 내맡겼다. 예전에 그는 그러한 감정을 해로운 약점으로 생각하여 수치스럽게 여겼다. 그녀에 대한 연민, 그녀의 죽음을 바란 것에 대한 후회, 무엇보다 용서의 기쁨은 그로 하여금 갑자기 고통의 완화뿐 아니라 정신적 평온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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