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위해서 무언가 내 속의 한계 같은 걸 박차보려고 허둥대면서도 그렇게 안 되던 조바심과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 싶은 자기혐오 등 복잡한 심리적 갈등까지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 P38
가슴이 두근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서 평화와 조화가 깨지는 소리였고, 순응하던 삶에서 투쟁하는 삶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두려움이었다. - P46
나는 내 영역이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온몸으로 그 도전에 대항하고 있는 거였다. - P73
사람에겐 누구나 죽었다 살아나도 흉내 못 낼 것 같은 게 있는 법인데 나에겐 그게 집단의 중심이 되는 것이었다. - P78
엄마가 셈이 바른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이나 막상 자신의 가난한 돈지갑이 새는 것도 모르는 것이 엄마의 또 다른 면이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그런 허술한 일면이 있었음을 감사하고 또한 그로 인해 엄마를 사랑한다. - P95
조리풀을 뜯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먹을 만한 풀을 찾았지만, 선바위 주위 척박한 땅에는 모질고 억센 잡풀밖에 자라지 않았다. 가끔 나는 손을 놓고 우리 시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하염없이 생각하곤 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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