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누군가를 포기하기란 그리 쉽다. 내가 나빠서가 아니라 네가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탓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너 스스로도 포기해버린 너를, 내가 어떻게 포기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란 얼마나 편한가. 영화는 묻는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너무 쉽게 포기해온 사람들이 아닌가하고. - P140
물론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곳에서도 신경 써야 할 일은 생기고, 따끈따끈한 후회가 새로 만들어지며, 남들 앞에서 금세 의기소침해지는 자신이 싫어질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모닝 맥주는 말하는 것 같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더 나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어. 지금 맥주 한 잔이 주는 작은 기쁨을 밀어두지 않은 너는, 너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 P151
그래서 나는 더 기억해두고 싶었나 보다. 별것 아닌, 그러나누군가가 살아낸 것이 분명한 삶의 자리들을 보아두었다가 ‘언젠가 생각나면 들려주어야지 마음먹었나 보다. 멀리 여행 다녀온 친구가 생각날 때마다 낯선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좋아할 것이다. 처음 와보는 동네, 한 번도 오른 적 없는 언덕, 비슷한 듯 모두 다른 골목길, 그구석구석을 걷다가 누군가의 삶을 짐작해보곤 하는 산책을.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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