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모아두려는 것은 인생의 사소한 구석까지 들여다보려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이런 순간에 머무르려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구나. 알고 나면, 앞으로 나를 좀 더 자주 그런 순간으로 데려가고 싶어지기도 했다.
- P14

 하기야 내가 바라보거나 말거나, 이름이나 안부를 궁금해하거나 말거나 식물들은 저대로 잘 자라며 자신의 시간을 산다. 하지만 동네 식물들의 존재를 하나둘 알게 되고 나서, 신기하게도 내게는 이곳이 좀더 살 만한 도시가 되었다.
- P28

집 안에 하늘을들이고 꽃밭을 가꾸는 마음이라면, 내가 모르는 삶에 대한 어떤대답을 알고 있을 것도 같았다. 그 답을 들으려, 그 시절 나는 발아프도록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오늘을 돌볼 것이다.
하루가 모여 결국 평생이 되므로.
- P31

여행이란 참 이상하다. 나의 생활 바깥으로 걸어 나와, 누군가의 생활 바깥에 잠시 서성이다 돌아간다. 그리고 어김없이 바깥에 서서 생활의 안쪽을 들여다보며 그리워한다. 스스로 원해서 걸어 나온, 그 단조롭고 눅눅한 삶의 안쪽을.
- P37

어쩌면, 이런 식으로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잠시 마음을 스치는 것이다. 아주 진심은 아니지만, 완전히 진심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마음. 이런 흔들림은여행을 하는 동안 예고도 없이 몇 번씩 지나갔다. 결국은 떠날것을 알기 때문에 여행자는 길 위에서 몇 번이나 머무는 꿈을 꾼다.
- P41

그 얘기는 꼭 해 지는 풍경처럼 따뜻하고 쓸쓸했다.
이제 그 거미줄 같은 골목들은 다 사라지고 없다. 
- P45

우리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에 나는 다행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기억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 P47

 오늘을 충분히 사는 게 낭만이야.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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