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다 이놈 탓, 이놈 하나 탓이라고 여겨졌다. 한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미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도 그가 줄곧 이 일은 아직 말짱 도루묵은 아닐 것이다, 두 여인만 놓고 보면 심지어 ‘충분히,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 P57

라스콜니코프는 한 번 더 걸음을 멈추었다.
"이걸로 영영 끝이야. 나에게 절대 아무것도 묻지 마. 대답해줄 것이 전혀 없어...... 나한테 오지도 마. 내가 이리로 올테니까…… 나를 좀 내버려 두고, 저들은...... 내버려 두지 마.
내 말 알아듣겠어?"
- P71

어떤 채워지지 않는 연민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갑자기 그녀의 얼굴선 하나하나에 어리었다.
- P79

이따위 치욕과 천함이 당신의 내부에서 어떻게 정반대되는 다른 성스러운 감정들과 공존할 수 있는 거지? 
- P87

어쨌거나 그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물속에 몸을 던질 힘은 없었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이토록 오랫동안 이런 상태로 있으면서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물론, 그는 소냐의 처지가 불행히도 그녀 혼자만 겪는 예외적인 현상은 아닐지라도 어떻든 이 사회에서 우연한 현상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이 우연성과 이 얼마간의 교육과 그 전까지의 삶 때문에 그녀는 이 혐오스러운 길에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 단번에 죽어 버렸을 수도 있었으리라. 무엇이 그녀를 지탱해 주었던 것일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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