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써놓은 책을 남에게 해석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남의 세방살이를 하면서 고대광실을소개하는 복덕방 영감 모양으로 스물 다섯에 죽은 키츠의 <엔디미온> 이야기를 하며, 그 키츠의 죽음을 조상하는 셸리의 <아도니스> 같은 시를 강의하며 술을못 마시고 산다. - P97
저많은 아름다운 노래들은 또한 눈물을 머금고 있지 아니한가. 도시에 비 내리듯 내 마음에 비가 내린다. 이 ‘비 내리는 마음‘이 독재자들에게 있었더라면, 수억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P102
언젠가 나 아는분이 어떤 여인보고 "그렇게 싸울 바에야 무엇하러 같이 살아, 헤어지지" 그랬더니 대답이 "살려니까 싸우지요 헤어지려면 왜 싸워요" 하더란다. - P111
30년 전이 조금 아까 같을 때가 있다. 나의 시선이 일순간에 수천 수만 광년(年)밖에 있는 별에 갈 수 있듯이, 기억은 수십 년 전 한 초점에 도달할 수 있는 까닭이다. - P127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 P128
하늘에 별을 쳐다볼 때 내세가 있었으면 해보기도한다.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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