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웃었지만 뒤에서는 째려보던 책방직원의 뒤끝 에세이 - P3
사람의 일생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본다면 그때 나의 시기는 여름이었으나 빈곤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도 쌀쌀맞게 굴곤했다. - P12
나가는 사람은 그걸로 끝이지만 책방에 남아야 하는 나로서는 그말들을 곱씹으며 ‘왜 말을 저렇게 하지?‘ 하며 계속 불쾌해하는 일에 힘을 쓰게 되었다. - P19
여기서 포인트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책방직원이 자신을 봤는지 안 봤는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또 한가지 포인트는 내가 다 간파했다고 판단하면서 나의 교만함까지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 P28
큰 서점의 쾌적한 분류를 편해하면서도, 작은책방의 오래된 빼곡함을 편애한다. 조금 전 분명히 본 것 같은 책도 단숨에 보이지 않는 숨겨놓지않았으나 숨겨진. 계획의 어깨를 토닥이는. - P43
우리도 어디로 갈지 모른 채 흐르고 있으니까. 대신 어디로든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보면 된다고, 아직 원하는 방향이 없다면 갈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자고 말할 수는 있겠다. - P50
그런데도 나는 이 일이 좋다. 힘이 들어서 좋다. 힘이 들어가면, 그러니까 힘들었던 일은 기억에 더 강하게 새겨진다는 사실을 자주 되새긴다. 철컥철컥 셔터. 척척척 사다리. 언젠가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었을 즈음에, 길을걷다 우연히 셔터를 올리거나 내리는 모습을 본다면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 책방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 P57
그렇다면 우리 책방의 셔터와 사다리는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훗날 나의 이 시절을 환하게 소환할 은빛 시설물이라 할 수 있겠다. - P57
자신에게 피해를 준 것도아닌데 섣불리 점수를 매기는 말들. 점수보다는 박수를 보내면 좋겠는데. 심사를 하기보다는 신사가 되면 좋겠는데. - P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