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최초의 원인이 무언지 저는 모르지만, 당신은 분명아시겠지요. 현명한 분이니 당연히 진작부터 스스로를 관찰해오셨을겁니다. 제가 보기에 병의 시작이 당신이 대학을 그만둔 시점과 부분적으로 일치하더군요. 일 없이 지내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엔 일과 명확하게 설정된 목표가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조시모프가 라스꼬니코프에게 한 조언) - P345
어느 선까지 가서 그걸 뛰어넘지 않으면 불행해지겠지만, 선을 넘으면 어쩌면 훨씬 더 불행해질지도 모르지...... - P351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는 화가 나 손톱을 물어뜯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자존심이 강해서 그래! 은혜를 베풀고 싶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오, 비열한 사람들!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증오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오, 정말 난...... 저들 모두가 증오스럽다!‘ - P359
만일 오빠가 옳고, 만일 내가 정말 비열한짓을 하기로 결심한 거라 해도, 오빠란 사람이 정말로 내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말해도 되는 거야? 어째서 오빠는 오빠에게도 없을 그런 영웅적인 면을 내게 요구해? 이건 독재고, 이건 폭력이야! - P360
"그렇지요, 그리고 범죄 행위가 늘 병을 동반한다고도 주장하셨고요. 아주 아주 독창적이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당신 논문에서 흥미로웠던 건 그 부분이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논문 말미에 생략된 채 어렴풋이 암시만 된 어떤 생각이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한마디로 세상에는 어떤 폭력이나 범죄도 저지를 수 있는...... 아니 저지룰 수 있다기보다 그럴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가지며, 법조차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일종의 암시였지요." - P401
하지만 그 모든 것 중에서 정말로 독창적인 건, 게다가 끔찍하게도 정말로 오로지 네게만 속한 생각은, 그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를양심에 따라 허용한다는 거야. 게다가 이런 말을 하긴 미안하지만, 심지어 그렇게 광신적일 정도로 말이야...... 그러니까 네 논문의 주된 사상도 거기에 있는 거지. 양심에 따라 피를 허용하는 건, 그건...... 내 생각에 그건 피를 흘리는 걸 공식적으로,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보다 더끔찍해.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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