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관측자의 눈에 인간이라는 생물체가 의식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떤 철학적인 순간이나 천문학적인 순간에 잠깐 명멸하는 생각일 뿐, 대체적으로 지구는 죽은 별과 다름없을 것이다. 이러한 원근법의 문제는 시간에도 해당된다. 여름의 하루살이가 가을을 모른다는 것은 그래도 칠십을 산다는 사람이 뽐내어 하는 소리지만, 사람도 지질학의 거대한 시간으로 재어볼 때, 순간 속에 생겼다 사라지는 부유의 존재에 불과하다. - P11
아무리 사람이 스스로의 운명을 만드는 존재라고하더라도 개인적인 삶의 테두리에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삶의 작은 것들은 우리에게 삶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것이 된다. - P14
수필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함을 존중하는 데 성립하는 장르다. 대개 그것은 일상적인 신변사를 웅변도 아니고 논설도 아닌, 평범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로서 말하고 이 이야기의 주고받음을 통해서 사람이 아무 영문도 모르고 탁류에 밀려가듯 사는 존재가 아니라 전후좌우를 살펴가면서 사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려고 한다. 이 드러냄의 장소는 외로운 인간의 명상이나 철학적인 사고보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의 장이다. - P26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P36
그는 램이라는 자기 이름을 향하여 "나의 행동이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기를. 나의 고운 이름이여"라고하였다. 그는 양과 같이 순결한 사람이었다. - P39
서영이를 떠나보내고 마음을 잡을 수 없는 나는 난영이를 보살펴주게 되었습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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