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두사람에게 그토록 중요했던 그 문제는, 두사람을 충돌시키고 분노를 불러오며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보이기를 요구했던 그것은,
이렇게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이후 1년 정도 더 만났을까? 이별은쉬웠다. 
- P11

그의 말투에서 ‘참 한갓지고 팔자가 좋다‘는비아냥거림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너는 어느정도 그의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준다는 심정으로 숙박권을 양도받은 것인데, 그 마음을 부정당한 것만 같았다. 너의 선의는 지워졌다.  - P18

너는 이번 여행에서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과연 숨을 수 있는 사람인가‘ ‘얼마나철저하게 숨을 수 있을까‘ 너는 그것을 알아보려고 이곳에 왔다. 
- P21

네가 잊은 것들을 모조리 되살려 이어 붙인다면, 망각을 복원한다면, 그렇다면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네가 망각한 것들을 그리워한다. 
- P31

사실을 말하면 공허함만 남을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했다. 의도치 않았던 거짓말에서 모종의 힌트를 얻은 너는 죄책감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끼며 와인 한잔을 더 청한다. 

죽은 새가 되어 땅에 묻힌 것만 같다.
새뿐이겠는가. 숱한 죽음이 묻혔을것이다. 땅속뿐이겠는가. 우주 또한 생명 없음으로 가득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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