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 년 만에 다시 이 소설을 마주했을 때, 나는 사랑보다 혐오에 대해 더 오랜 시간 생각해야만 했다. 그녀의 잘린 가슴도 별장에서 느낀 불편함도 결국에는 혐오라는 감정에 가닿았다. 
- P328

소설을 발표한 후에도 주인공 ‘나‘가 담을 넘고 나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자주 상상했다. 지금의 결말이 최선이었을까. 가끔 후회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어제 쓴 글을 두고 오늘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을거라는 예감이 든다.
- P329

동시대 한국소설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펼쳐보아야 한다는 한 독자의 평을 읽은 적이있다. 
- P339

그런 점에서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소설만이 할수 있는 대답을 내놓는 소설이다. 
- P342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책임질 수 없을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결국 일생 동안 안고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결론은 서늘하고 묵중하다. 
- P345

순문학 장르 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그 많은 작가가 다뤄지지 않는지 의아했다.
어쩌면 이 상은 한국문학이 겪고 있는 가장 치열한 변화를 포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 또한 문학상에서 거론되는 일이 거의 없는 작가이니, 이 진단이 공감을 얻지 못한다해도 더 말을 얹을 자격이나 의무는 없다고 본다. 그저 심사를 맡은 사람의 의무로 한마디를 덧붙일 뿐이다.
- P356

최소한의 친절도 누군가는 죽지 않을 수 있고, 주호는 그 친절을 익히는 사람이다. 「파주」의 ‘나‘와 「보편 교양」의 곽이 희주와 주호의 수영 강습반에서 함께 수영을 배우는 장면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나도 그들과 함께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갈 수 있는 만큼씩이라도, 물을 밀어낼 수 있는 딱 그만큼씩이라도 사라져가는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고, 이 소설은 끝내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어떤 소재는 다루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작의가 손쉽게 오해받곤 하는데 오해의 요소를 감수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말을 흔들림 없이 하고 있는 이 소설이나는 참 고맙게 느껴졌다.
- P360

이 소설은 여전히김멜라의 고안과 발명들로 반짝이면서도 그간의 어느 작품보다그리움과 사랑과 상실의 정서들로 감정과 감각을 흔들어놓는 소설이었다. 소설을 다 읽었을 때 가장 오래 남은 단어는 포옹도 이응도 아닌 차차였다. 시간을 품은 부사 차차.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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