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그의 주인공은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도덕적인 사람도 부도덕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범주는그에게 어울리지 않고 그는 다만 작가가 부조리라는 이름을 할애하는, 매우 특이한 종류에 속한다. - P164
이 문제들은 17세기 이래 메마르고 단견적(短見的)이며 관조적인 - 이것은 매우 프랑스적인 면이지만-이성을 가진사람들이 지적해온 것으로써, 고전적 회의주의의 흔해빠진 단골 주제로 쓰이던 것이다. ‘연약하며 반드시 죽게 마련인 우리들 조건의 이 자연적인 불행, 너무나 비참해서 그 문제를 조금만 자세하게 생각해보아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게 될 불행‘ 에 대하여 강조한것은 파스칼이 아니었던가? - P165
그러나 그의 진정한 스승들은 딴 데있다. 그의 추론 방식, 그의 생각의 명쾌함, 에세이스트다운 스타일의 양태, 어떤 종류의 음산하면서도 태양이 밝게 비치며, 정돈되어 있으면서 엄숙하고 동시에 황량한 정서 등 모든 것이 한 고전적인 인간, 지중해적 인간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 P167
그의 독창성은 바로 자기 생각의 극한점에까지 밀고 나가는 데 있다. - P167
《이방인》은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증명하는 책도 아니다. 부조리의 인간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한다. 카뮈는 다만 제시할 뿐, 원래가 정당화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그것을 정당화하려고애쓰지 않는다. - P171
부조리한 것으로 우리에게 소개하고자 했던 이 세계, 세심한 배려를 다하여 인과율을 제거한 이 세계 속에서는 가장 조그만 사건조차도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든 요소들 중에서 주인공을 범죄와 사형 집행으로 몰고 가는 데 기여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한 가지도 없다. 《이방인》은 부조리에 대하여, 부조리에 반대하여 창작된 고전적 작품, 질서 있는 작품이다. - P192
얼른 보아서는 소설과 관계가 적은 것 같은, 1937년 8월의다음과 같은 메모. 흔히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두는 곳(결혼, 출세 등)에서 삶을 모색하는 사내. 그런데 그는 돌연, 유행잡지의 카탈로그를 읽다가 자신이 얼마나 자기의 삶(유행잡지의 카탈로그 속에서 고려되고있는 그런 삶)과 무관한 존재인가를 알아차린다. - P200
남는 것는 어떤 유리창을 선택하느냐이다. 여기서 선택된 유리창은 ‘이방인‘의 의식이다. 실제로 그것은 하나의 투명체이다. 그 의식이 보는 것이면 우리들에게도 다 보인다. 다만 그 의식은 사물에 대하여는 투명하고 의미에 대해서는 캄캄하게 되도록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 P218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뫼르소의 태도는 사장에게 매우 이상하게 보인다. 결혼에 대한 그의 무심한 태도는 마리를 놀라게하고 그의 몇 가지 행동들은 변호사를 당황하게 만든다. 작품의 형식-즉 앞에서 설명했듯이, 어떤 바라보는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따라서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 형식-으로 인하여 생긴 ‘인물‘ 의 이해 곤란한 면에, 이번에는 이 인물이 노출시켜주도록 되어 있는 ‘인간‘의 심리적 난해성이 추가된다. - P226
인간은 ‘자연‘ (혹은 본연의 모습)과 혼연일체가 될 때 다른 인간들에 의하여 이방인으로 규정된다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되었다. - P227
이방인으로서의 그의 인격의 핵심이다. 저마다 말로 대가를 치르려 하고,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 드는 세계에 대하여 그는 이방인이다. 뫼르소는 이중인격자가 되는 것을거부한다. 그는 자신의 실제 됨됨이와 상치되는 외관과 언어를 거부한다. 뫼르소가 유죄선고를 받은 것은 바로 언어의 코미디를 연출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 P231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왜 자신의 불행을 예감했는지("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설명하는 일이다. 살인사건이 저질러지는 정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자신이 어떤 고의적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균형을 본의 아니게나마 파괴했기 때문에 죄인이라고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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