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게 없다는 것, 조금도 다른 게 없다는 것을 그에게 강조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은 결국 별로 소용이 없는 일이고 또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 - P94
그는 여전히 좀 피곤한 표정으로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진정한 후회라기보다는 차라리 일종의 귀찮음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 P99
그때 나는 바깥 세상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산사람이면 감옥에서 백 년쯤은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추억할 거리가 있어 심심하지는않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건 유리한 일이었다. - P109
한나절이 얼마나 길고 동시에 짧을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내기는 물론 길지만 하도 길게 늘어져서 하루는 다른 하루로 넘쳐서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하루하루는 거기서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어제 혹은 내일이라는 말만이 나에게는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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