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자기 자신처럼 굴어도 된다고 믿을 수 있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을까?" 번역하는 여자의 질문이다.
- P133

자의식 지옥에는 꼴 보기 싫은 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다. 이젠 버릴 때도 되었다 싶어 분리수거하여 내놓았다. 후회스러운 짓들의 목록으로 빼곡한 종이는 반듯하게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천국도 지옥도 아닌 중간 지대로 챙겨간다. 삶은 대체로 중간 지대에서 흐른다. 
- P136

후회를 만지작거리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건 번역하는 여자다. 그의 주머니속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되었다.
누구의 삶에나 되돌리고 싶은 일이 있는 법이라고, 그는 말해주었다.
- P136

그 거만한 표정과 으쓱하는 어깻짓에 우리는 환호한다. 겸손 따위 내다 버린 모습이 너무 통쾌하니까. 네가 너라서 다행이니까. 이 자리에선 그래도 된다.
- P137

이제는 내 삶이 타인들의 시선에 대롱대롱 매달린다는 것을어떤 유감도 없이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의 시선에 매달릴지 결정할 권한이 내게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또한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타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 P137

나만 해도 긍정적인 뉘앙스로 자기 연민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게 조금 가혹할지도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사실 ‘자기‘도 소중하고 ‘연민‘도 소중한 것인데 말이다.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생을 슬퍼하는 감각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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