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는 망각과 회복의 달인이다. 이혼 후 떨어져 사는 엄마가 만나자고 하면 별 고민 없이 흔쾌히 수락한다. 왜냐하면 보고 싶으니까. 만나면 반가우니까. 옥주는 그런 동주가 맘에 들지 않는다.
- P86

이것이 동주의 마음자리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흘려보내는 것.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보고 싶으면 일단 만나러 가는 것. 옥주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은 동주와 함께 홀가분해졌다가 옥주와 함께 축축해지고 서글퍼진다. 
- P87

"그러니까 쿨한 걸 하고 싶다는 거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채로 대답한다.
"그런 것 같아."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진 나에게, 찬희가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이 말한다.
"누나는 따뜻한 사람이잖아."
나는 바보처럼 그 자리에 멈추고 찬희는 담담하게 일러준다.
"따뜻한 노래 만들어. 난 따뜻한 게 더 멋있더라, 이제는."
쿨한 것은 웬만큼 다 해본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 P88

나에게 다린이는 즐겁고 터무니없는 이야기 중 하나다. 누군가가 너무 탁월해서 좋은 이야기 말고, 탁월하지 않아도 너무 좋은 이야기 말이다. 
- P97

함께 헤엄쳤던 바다에서 우리는 바닷물의 색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는커녕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물색이라는 건 너무 많고 시시각각 변하는 무엇이었다. 파도와 파도사이마다 시 비슷한 게 쓰여지는 것 같아서 어지러웠는데 어차피 금세 다 부서지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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