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맡은 일을 했으니, 누구라도 칭찬이나 동정을 얻자고 그 일들에 대해 말할 필요따위는 없었다. 언제나 늘 똑같은 긴 여름이었고, 모든 것이각자의 속도로 자랐다. - P33
할머니는 그림을 압정으로 벽에 박고 말했다. "독창적이네. 이제 애를 좀 내버려 두자. " "얘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거야?" 소피아가 어둡게 물었다. "아니." 할머니가 대답했다. "아니라고 봐. 아마 뭐 하나 제대로 해내면 다시는 그렇게 못 하는 그런 부류인 거 같아." - P38
"그게 뭔데." 아이가 삐져서 물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거지." "존중하는 건 또 뭐고!" 소피아가 외치며 발을 굴렀다. "다른 사람이 믿고 싶은 걸 믿게 두는 거지!" 할머니가 외쳤다. "나는 네가 사탄을 믿게 두고 너는 나를 내버려 두는 거야." "욕하네." 소피아가 속삭였다. - P42
저택은 지나치게 새 집으로 보였다. 홍수 따위는 겪은 적도 없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얼른 물잔을 들어 저택에 부었다. 할머니가 재떨이에 있는 담뱃재를 손에 털고 돔과 벽에 문지르는 내내 소피아는 문에 매달려서 들여보내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문을 열고 말했다. "운이 좋았지!" - P50
할머니는 발로 웅덩이 속의 물을 건드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면 옷핀이었나?" 소피아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어떤 날에는 잘 모르겠어. 키에 앉은 사람이 누구였어?" "물론 네 할아버지지." 할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결혼했던 남자." "할머니 결혼했어?" 소피아가 깜짝 놀라 외쳤다. " - P56
소피아는 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꾸준히, 한 단씩 차근차근. ‘얼어 죽을.‘ 할머니가 생각했다. ‘지긋지긋한 녀석 같으니라고. 하지만 이건 다 애한테 재밌는 일이라면 뭐든지 못하게 하니까 이렇게 된 거지. 나이 든 인간들이.‘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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