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채로 낸 오만 원은 실제로 한 번도본 적 없는 할머니에 대한 판타지를 제공받은 비용 같았습니다.
- P63

병찬씨는 믿기지 않아도 별수 없는 사실이라는 듯 이야기를 마치셨어요. 이 얼마나 마르께스적인 화법입니까. 저는마술적 리얼리즘 문학을 읽듯 병찬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점프를 하다가 하늘로 승천해버린다거나 화산 폭발 같은 숨소리를 낸다거나 웃음소리로 집 안의 창문을 깨뜨리는 소설 《백년의 고독> 속 사람들 못지않게 순남씨는 환상적입니다. 
- P66

마르께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그 실수 때문에 어떤 고독이거듭되죠. 후대의 자손들도 선조와 비슷한 고독을 겪고요.
그러나 저의 판타지에서는 고독보다 재주가 더욱 커다랗게 반복됩니다. 마술 같은 재주와 귀신같은 솜씨로 우리는 몇대를 횡단하며 연결됩니다. 
- P71

그 컵이 어디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작가가 되고 내 동생은 음악가가 되었는데, 그것은 엄마가 더욱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더욱더 아빠가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P76

유일한 것이 너무 드문 서울로, 뭐가 최고인지 결코 알 수 없는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안녕을 바라는 사람들을 향해 간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모부에게, 헤어질 연인에게, 새롭게 사랑하게 될 연인에게. 우리 앞엔 아름답고 험준한 세월의강이 펼쳐져 있다. 그 강을 오래오래 안녕히 건너가기를 바라는 봄이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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