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기실은 콩나물시루 같았고 그는 환자 한 명당 오 분간만 진찰할 수 있었다. 하는 일이라곤 기껏해야 아스피린을 처방하든가 고용주에게 보내는 건강 진단서를 작성하고 환자를 전문의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에 자기는 더 이상 의사가 아니라 사무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 P304

그러나 허영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라도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겸손한 사람을 마주하면, 그가 하는 말이 몽땅 사실이 아니며, 진지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매순간 확신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마련이다. 
- P305

토마시는 문득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지 전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일종의 충성 서약 같은 것에 의해 이 결심과 자신이 이미 결부되었다고 느껴 사임을 고집했다. 그래로서 그는 유리창 닦는 노동자가 되었다.
- P316

외과의사는 사물의 표면을 열고 그 안에 숨은 것을 들여다본다. 토마시에게 "es muss sein!"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러 가고 싶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 것은 아마도 이런 욕망일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때까지 자신의 소명이라 믿었던 모든 것을 털어 버렸을 때 삶에서 무엇이 남는지 보고 싶은 욕망.
- P323

그는 독신 시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삶에서 갑자기 테레자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바에서 돌아온 한밤중에나 그는 그녀를 보았는데 선잠에 빠져 한쪽 눈으로만 보았고, 아침이 되면 이번에는 그녀가잠에 취한 터라 그는 서둘러 일터로 가야 했다. 그에게는혼자서 보내는 열여섯 시간이 주어졌고 그것은 불시에그에게 제공된 자유의 공간이었다. 그에게 자유의 공간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여자들을 의미했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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