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녀는 탱크를 배경으로 이 젊은 여자들의 사진을 무수히 찍었다. 그때 그들을 얼마나 존경했던가!
오늘 그녀 앞으로 다가오는, 심술맞고 험상궂은 여자들은 바로 그때 그 여자들이다. 깃발 대신 우산이었지만 여전히 그때처럼 당당하게 우산을 치켜들고 있었다. 외국군대와 맞서던 그 집요함으로, 그들의 우산은 뻔뻔하게도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것이다.
- P222

그녀가 십여 년 전 빠져나온 어머니의 세계가 다시 그녀를 찾아와 사방으로부터 그녀를 옥죄어오는 듯, 근래 들어 모든 것에서 어머니가 떠올랐다. 아침식사를 하다가, 어머니가 가족에게 자기의 일기를 읽어주며 폭소를 터뜨렸던 일을 그녀가 이야기한 것도 이런이유 때문이었다. 포도주를 마시며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라디오로 공개되었다는 것은 오로지 이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이 집단수용소로 바뀌었다고.
- P224

어머니집에 살던 시절의 테레자는 수용소에서 지냈던 것이다.
그때 이후로 수용소란 아주 예외적인 것, 놀란 만한 것도아닌 뭔가가 주어진 조건, 뭔가 근본적인 것,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있으며 온 힘을 다해 극도로 긴장했을 때만 벗어날 수 있는 그 어떤 것임을 그녀는 알았다.
- P224

그녀는 탱크를 찍었던 그날을 회상했다.
그들 모두가 얼마나 순진했던가, 모두가! 그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믿었는데 그러기는커녕 자신도모르는 사이에 소련 경찰을 위해 일했던 것이다.
- P232

그녀는 세상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매사를 비극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육체적 사랑의 가벼움과 유쾌한 허망함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가벼움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여자들에게 애교가 제2의 천성, 하찮은 습관이었다면, 그녀에게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밝혀 주는 중요한 탐색 분야였다. 그러나 너무 무겁고 심각한 그녀의 애교는 모든 가벼움을 상실하여 억지스럽고, 의도적이고, 과장될 수밖에 없었다. 약속과 보장 없음 사이의균형(애교의 진정한 위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이 깨진 것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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