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비밀은 죽음과 시간에 있다. 환경에 불완전하게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의 죽음과 우연히 적응하게 된 조그마한 돌연변이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말이다. 유리한 돌연변이 형태들이 서서히 축적되기 위한 긴 시간이 바로 진화의 비밀이다. 
- P79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모듬살이를 하는 일종의 생활 공동체인 셈이다. 이 공동체는 한때는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부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은 100조 개 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람 한 명 한 명은 수많은 생활 공동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군집인 셈이다.
- P82

살아 있는 세포는 은하와 별의 세계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체계를이룬다. 세포라는 이름의 이 지극히 정교한 기구는 4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치면서 힘들게 걸어온 진화의 결정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있는 영양분들은 세포라는 장치를 통해 그 모습과 성격이 계속해서 바뀐다. 오늘의 백혈구 세포가 엊그제 먹은 시금치나물이라는 이야기이다. 
- P88

이제 세포의 핵 속을 들여다보자. 거기에서 우리는 국수 공장의 폭발현장과 유사한 풍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코일과 가닥이 서로얽히고설켜 있는데, 그것들이 DNA와 RNA라는 이름의 두 가지 핵산이다. DNA는 무엇을 해야 할지 업무 수행의 구체적 단계를 알고 있으며,
그 내용을 기술하는 코드를 갖고 이에 따라 지침을 하달한다. RNA는 DNA가 하달하는 지침들을 받아서 세포의 여기저기로 전달하는 임무를수행한다. 
- P89

다행스럽게도 뉴클레오티드의 순서를 어떻게 바꾸어야 새로운 인류를 만들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바람직한 특성을 인간에게 부여하기 위해서 뉴클레오티드를 우리 맘대로 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하면서 동시에 불안에 떨게 하는 우리 미래의 한 단면이다.
- P91

외계 생물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나는 잘 모른다. 생물의 모습에 관하여 내가 갖고 있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내가 갖고 있는 정보의 대부분이 지구 생물들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작가나 예술가 중에 외계 생물의 모습을 추측하여 제시하는 이들이 많다. 나는 그들이 제시한 것을 대부분 부정적으로 본다. 내 생각에 그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생물의 형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다. 
- P98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하나가 아무리 미미한 수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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